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라서

ISBN : 979-11-89129-44-6

저자 : 서도아, 정수호

페이지 수 : 128 페이지

발행일 : 2019. 11. 11.


출판사 서평 :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까?

말로는 ‘나’를 위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닐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긴 무척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여기 오롯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글을 쓰고, 그 속에서 타인의 아픔과 마음까지도 보듬고 싶어 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서도아, 정수호 시인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 소개 : 

서도아

세상에 겁먹고

사람과의 관계가 두려워

빈껍데기에 숨은 소라게처럼

소심한 심장으로 살아온 나.

그랬던 나도,

또다시 그렇게 밖에 못 사는 나라도

이제 사랑해보려 한다.

시는 그동안 닫아두었던

나의 마음이고 영혼이다.


정수호

종이 위에 주제 없는 문장들을

빼곡히 적어 놓기를 좋아한다.


나를 웃게 하는 회상 속 장면들과

나를 살게 하는 사랑과 사람들에

감사하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말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하니

글의 힘을 빌어 전한다.



책 속 내용 : 

밤송이 (p.12)


예민하고 까칠한 가시

온몸에 잔뜩 돋아놓고

쉽게 내 마음 보려 하지 말라고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아무나 만지려 들면

가시로 콕콕 찌른 건 아닌지

그런데 너에겐

활짝 마음 열고

내 속을 다 주었으니

너는 가을이구나

나를 저절로 열게 하는 너는

가을이구나



문득 (p.23)


시간이 싹둑 잘라내고

조각조각 남은 기억들은

슬프고 서럽던 이야기

불행했다 믿었던 내 삶

어쩌면 기억을 잘라낸 건

시간이 아닐지도 몰라


즐거운 기억을 오려내고

따뜻한 온기를 없애

차갑고 슬픈 기억만 남겨두어

약하고 아픈 나를 만든 건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나일지도 몰라



역습 (p.81)


영리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영리한 사람다운 통보였어


단번에 알아차렸어

단번에 알아차려도


친절하게 속아주려 해

친절하게 놓아주려 해


끝까지 착한 기억을

주고 싶었어

끝까지 착한 남자로

남고 싶었어


그래야 오래 가슴 칠 테니



바람이 분다 (p.96)


바람이 분다 너를 지나온

바람인 걸까 익숙한 샴푸

향이 날아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주저앉게 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던 날

바람이 바람인 채 퇴색된 날

그 날도 바람은


나를 떠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