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BN : 979-11-92134-00-0
저자 : 김주희
페이지 수 : 248P
발행일 : 2021. 12. 27.
책 소개 :
생각해보면 우린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론 처음 본 사람 혹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속내를 꺼내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마치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오히려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속사정을 말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심리상담소든, 점집이든, 미용실이든, 슈퍼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곪아있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었다면 말이다.
대대로 과부 집안인 선미는 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선미는 과부가 된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사기까지 당하고 만다. 결국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외할머니와 자신의 엄마가 자살한 강물에 들어간다.
그러나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강아지 한 마리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외할머니가 하시던 슈퍼로 향한다.
선미슈퍼로 들어온 사람들은 처음 만난 선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낸다.
선미는 귀찮아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연다. 선미는 때론 누나처럼, 때론 딸처럼, 손녀처럼, 그리고 동료처럼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선미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곳.
문제의 답을 찾기보단 그저 대화를 위한 공간
인생 상담소 선미슈퍼.
출판사 서평 :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책은 많이 있습니다.
그 방법 또한 다양할 텐데요.
김주희 작가의 소설 <선미슈퍼>는 따스함이 배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배경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하기 힘든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선미슈퍼’.
그 선미슈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며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울 땐, 선미슈퍼로 오세요.
선미슈퍼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저자 소개 :
김주희
어쩌다 보니 오르락내리락 발가락이 간질거리는 인생 롤러코스터에 탑승 중이다.
언제 내릴지는 미지수….
책 속 내용 :
언젠가는 끝에 닿아 그 끝을 치고 돌아올지도 모를 강물을 보고 있다. 아직 선미는 3년 전 그날에 멈춰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멈춤을 끝내려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에 서서히 들어갔다. 어쩌다 움푹 들어간 곳에 한쪽 발이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허우적대며 발이 닿는 곳을 찾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면서도 선미는 꾸역꾸역 물속으로 들어갔다. 7월의 여름 강물은 몸을 담그기 딱 좋은 온도였다. 목을 경계로 윗물은 따땃하고 아랫물은 미적지근했다. 목선에 강물이 찰랑거리니 목티를 입은 것처럼 갑갑했다. 그렇게 죽음을 만나고 싶었으면서도 막상 턱 끝까지 죽음이 다가오니 반갑지만은 않았다. 턱, 입, 코, 눈이 차례로 죽음의 온도를 느끼기 시작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선미의 눈을 쓸었다. 축축했고 냄새가 났다. 이 알 수 없는 형체는 왠지 선미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눈을 쓸 요령인듯했다.
부들부들 눈을 떴다.
금세 사라졌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쓸었다.
귀찮았다. 손을 가로저을 힘도 없었다. 착한 일을 한 기억이 없고, 그렇다고 나쁜 일을 한 기억도 딱히 없기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그 중간 어디쯤일까? 생각했다. 만약 눈을 감을 때마다 계속 쓸리는 벌이 내려진 거라면, 이 쓸림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 눈을 떴다. 7월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고 있었다. 눈 부신 햇살에 얼굴을 찡그렸다. 선미는 3년 전 남편을 잃었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조문객이 드나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남편이 나쁘게 살진 않았구나.’하고 생각했다. 장례를 마친 후 보름이 지나서야 현 직장으로 출근했다. 직장 동료 대부분은 그나마 자식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며 재혼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냈다. 역시나 남 일이라 쉽게들 말했다. 사실 누굴 먹여 살려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당장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듯 누구 하나 등 떠민 사람도 없었지만, 선미는 꾸역꾸역 출근했다.
남편을 열렬히 사랑한 것도, 죽도록 집착한 것도 아니었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겨우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으니, 따지고 보면 같이 생활한 시간보다 혼자 생활한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분명 견딜 수 있는 아픔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외로웠다. 어쩌면 선미는 사람들 틈에 끼어 외로움을 달래보려 했는지도 모른다.
선미의 집은 대대로 과부 집안이었다. 대대로 과부라니 웃기는 집안인 건 분명했다. 몇 대 할머니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선미의 집안 여자들은 모두 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물론 선미의 엄마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름 끼치는 평행이론이지만 어쩌면 선미도 이곳에 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남> 중
ISBN : 979-11-92134-00-0
저자 : 김주희
페이지 수 : 248P
발행일 : 2021. 12. 27.
책 소개 :
생각해보면 우린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론 처음 본 사람 혹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속내를 꺼내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마치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오히려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속사정을 말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심리상담소든, 점집이든, 미용실이든, 슈퍼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곪아있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었다면 말이다.
대대로 과부 집안인 선미는 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선미는 과부가 된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사기까지 당하고 만다. 결국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외할머니와 자신의 엄마가 자살한 강물에 들어간다.
그러나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강아지 한 마리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외할머니가 하시던 슈퍼로 향한다.
선미슈퍼로 들어온 사람들은 처음 만난 선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낸다.
선미는 귀찮아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연다. 선미는 때론 누나처럼, 때론 딸처럼, 손녀처럼, 그리고 동료처럼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선미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곳.
문제의 답을 찾기보단 그저 대화를 위한 공간
인생 상담소 선미슈퍼.
출판사 서평 :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책은 많이 있습니다.
그 방법 또한 다양할 텐데요.
김주희 작가의 소설 <선미슈퍼>는 따스함이 배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배경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하기 힘든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선미슈퍼’.
그 선미슈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며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울 땐, 선미슈퍼로 오세요.
선미슈퍼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저자 소개 :
김주희
어쩌다 보니 오르락내리락 발가락이 간질거리는 인생 롤러코스터에 탑승 중이다.
언제 내릴지는 미지수….
책 속 내용 :
언젠가는 끝에 닿아 그 끝을 치고 돌아올지도 모를 강물을 보고 있다. 아직 선미는 3년 전 그날에 멈춰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멈춤을 끝내려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에 서서히 들어갔다. 어쩌다 움푹 들어간 곳에 한쪽 발이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허우적대며 발이 닿는 곳을 찾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면서도 선미는 꾸역꾸역 물속으로 들어갔다. 7월의 여름 강물은 몸을 담그기 딱 좋은 온도였다. 목을 경계로 윗물은 따땃하고 아랫물은 미적지근했다. 목선에 강물이 찰랑거리니 목티를 입은 것처럼 갑갑했다. 그렇게 죽음을 만나고 싶었으면서도 막상 턱 끝까지 죽음이 다가오니 반갑지만은 않았다. 턱, 입, 코, 눈이 차례로 죽음의 온도를 느끼기 시작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선미의 눈을 쓸었다. 축축했고 냄새가 났다. 이 알 수 없는 형체는 왠지 선미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눈을 쓸 요령인듯했다.
부들부들 눈을 떴다.
금세 사라졌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쓸었다.
귀찮았다. 손을 가로저을 힘도 없었다. 착한 일을 한 기억이 없고, 그렇다고 나쁜 일을 한 기억도 딱히 없기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그 중간 어디쯤일까? 생각했다. 만약 눈을 감을 때마다 계속 쓸리는 벌이 내려진 거라면, 이 쓸림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 눈을 떴다. 7월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고 있었다. 눈 부신 햇살에 얼굴을 찡그렸다. 선미는 3년 전 남편을 잃었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조문객이 드나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남편이 나쁘게 살진 않았구나.’하고 생각했다. 장례를 마친 후 보름이 지나서야 현 직장으로 출근했다. 직장 동료 대부분은 그나마 자식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며 재혼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냈다. 역시나 남 일이라 쉽게들 말했다. 사실 누굴 먹여 살려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당장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듯 누구 하나 등 떠민 사람도 없었지만, 선미는 꾸역꾸역 출근했다.
남편을 열렬히 사랑한 것도, 죽도록 집착한 것도 아니었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겨우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으니, 따지고 보면 같이 생활한 시간보다 혼자 생활한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분명 견딜 수 있는 아픔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외로웠다. 어쩌면 선미는 사람들 틈에 끼어 외로움을 달래보려 했는지도 모른다.
선미의 집은 대대로 과부 집안이었다. 대대로 과부라니 웃기는 집안인 건 분명했다. 몇 대 할머니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선미의 집안 여자들은 모두 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물론 선미의 엄마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름 끼치는 평행이론이지만 어쩌면 선미도 이곳에 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