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그저 자리를 내어 줄 뿐입니다

ISBN : 979-11-89129-89-7

저자 : 김효정, 진원재, 조지영, 양복선, 손은희

페이지 수 : 224p

발행일 : 2021. 6. 7.


책 소개 :

바람은 본디 자유로우나 저 혼자서는 서글픕니다.

 

뒷모습을 보이는 그대에게 가서 머물기도 하고,

멀리 있는 그대를 향해서는 그립다고 발음하기도 합니다.

 

드넓은 하늘 안에 별, 꽃, 나무가 있고,

별과 별 사이에

꽃과 꽃 사이에

나무와 나무 사이에

그대와 그대 사이에

 

그 사잇길에 새들처럼 드나드는 바람이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

사람과 사랑의 울림. 그 울림의 형태는 바로 ‘詩’가 아닐까요?

사람은 사랑을 등지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의 표현을 다섯 모습으로 표현한 시집 <바람은 그저 자리를 내어 줄 뿐입니다>.

다섯 시인의 각기 다른 삶과 사랑의 모습을 만나보세요.


저자 소개 : 

김효정

국어국문학 전공

전공과 부전공의 직업을 오가다

지금은 전혀 무관한 직장인

본캐와 부캐를 오가는

꿈꾸는 사람

 

 

진원재

“한번 사는 인생, 좋은 추억 많을 여행으로 남길”

27년 동안 참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내 책을 쓰고 싶다. 여태까지 많은 사람의 글을 읽었으니 나의 글도 한 번 써봐야겠다.

 

모든 글은 하나의 생각에서,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그 점에서 시는 가장 순수하고 거짓 없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시는 연과 연 사이에 공백을 남겨둘 수 있습니다. 그 공간은 독자를 위해 남겨둔, 독자가 자신만의 감정을 채워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함께 완성하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오히려 비워내고 덜어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제 시를 읽고 무거웠던 마음이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지셨으면 합니다.

 

 

조지영

하루하루가 버석거렸어요.

모래바람이 부는 거친 사막에서

심장의 고동도 습관이었지요.

보살핌의 결핍, 잉태의 목마름 그 실체를 찾기 위한

몸부림의 충동이 용기가 되어 지면을 얻었습니다.

일부는 이미 죽었고

일부는 살고자 추는 춤이 되어 비상을 시작합니다.

느리고 엉성한 비상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양복선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기쁨이 되길 바라며

언제나 타자기가 아닌 영혼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은희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들던 창가에서 턱을 괴고 앉아

빨강 머리 앤을 보며 작가를 꿈꾸었던 쪼꼬미.

세월에 묻혀, 현실에 묻혀 쪼꼬미의 꿈은 잊혀갔죠.

어느 날부터 그리움에 마음이 너무 아파

매일 그에게 답장 없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늘에 닿지 못한다 할지라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은 나의 전부라고.

그의 선물일까요?

눈물방울만 한 쪼꼬미는 어느덧

꿈을 이룬 꽃중년이 되어 복사꽃처럼 활짝 웃고 있네요.


책 속 내용 : 

그리운 그리움에게 _ 김효정

 

강 앞에 서서도

그대 생각이 난다

 

그리움은

일렁이거나 흐르는 존재

 

생각의 물결처럼

엊그제 향기처럼

 

센 바람에도

자신의 방향을 바꾸지 않지

 

그리움 똑 똑 떠낸 자리마다

숟가락 닮은 둥근 자국

 

물결 짓는 강가에

그대 애닳는 자국

 

 

 

N포세대 _ 진원재

 

결혼 포기했다고 사랑마저 포기하진 않았고

집을 포기했다고 따듯함마저 포기하진 않았고

취업을 포기했다고 삶을 포기하진 않았다

 

세상의 기준에 비록 성이 차지 않을지라도

이 세상 곳곳에서 뜨겁게 살아가고 있음을

얼어붙은 이 세상에 작은 온기를 더하고 있음을

 

우리 나이를 거쳤다 하더라도

우리 시대를 살아보진 못했기에

응원받을 곳 하나 없는 N포세대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린 어떤 세대든 공감하며 살 수 있겠지

오르지 못할 세상을 눈앞에서 부딪쳐 왔기에

아마 다음 세대엔 그다지 모질게 굴지 않겠지

 

내 살아보았다고 쉬이 판단하지 않겠으며

내 겪어보았다고 쉬이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똑같은 과정이라 한들, 어찌 똑같이 느끼랴

언젠간 일어설 N포 세대의 다짐

 

 

 

꽃차 _ 조지영

 

말간 추억을 끓여

한 김이 빠져나가면

잘 말린 사랑 꽃, 한 줌 띄워

꽃차를 만든다

 

부드러운 바람에 부서지는 햇살

유리 찻잔 가득 우려내고

피어오르는 살굿빛 향기

따스하게 한 모금 입에 물면

옅은 단맛 끝에 걸리는

떫고 쌉쌀한 맛

온몸에 퍼지는 온기는

지난밤 부어오른 컬컬한 그리움을

넌지시 쓸어내리고


찻잔 안에 남겨진 꽃잎 위로

여전히 머물러 있는 네가 보여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한참을 바라만 보았다

 

 

 

 

부치지 못한 편지 _ 양복선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

너라서 좋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같이 있다는 기분이 좋았어

 

나의 계절은

너였고

 

내 청춘도

너였어

 

내게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을

알려줘서 고마워

 

잘 가

나의 청춘

 

 

 

사랑하는 이에게 _ 손은희

 

곧기도 하고

굽기도 한 삶의 길을

두 손 꼭 잡고 함께 걷기를

 

사람의 남은 알 수 있어도

감의 순간은 알 수 없으니

 

지금

당신 옆에서

그 길을 어울려 걷고 있는

그이에게

 

사랑과 신의로 정성을 다함이

해 아래

꼿꼿이 살아갈 삶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