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불안에게

ISBN : 979-11-89129-81-1

저자 : 이원영

페이지 수 : 216p

발행일 : 2021. 2. 10.


책 소개 :

'사실, 나는 겁쟁이였어.'

 

요즘 시대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건강, 인간관계, 학업, 취업, 승진….

 

누구나 저마다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때론 막연하게, 때론 애써 회피하면서.

 

작가는 책을 통해 고백한다.

실은 본인도 갖가지 불안을 떠안고 사는 겁쟁이란 사실을.

 

“어느 날, 그 누구 못지않게 용기 있게 살았다 자부했던 내 생각이 깨졌다.

되짚어 보니 내 삶은 온통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 흔적으로 가득했다.

 

가난한 가정형편과 학교 폭력으로 시작된 내 불안은 공황 장애와 고소 공포증으로 변해 나를 짓눌렀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불안’이라는 감정이 내 삶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난 그 불안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불안으로부터 버텨 온 저자의 생생한 고백이자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의 고백 통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아주 작은 ‘동지의식’이라도 말이다.

 

출판사 서평 : 

우리는 저마다의 불안을 안고 삽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 죽음에 대한 불안.

 

<나의 오랜 불안에게> 저자 이원영 작가는 책을 통해 말합니다.

불안을 마주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내면에 내재 되어있는 불안을 채집하고,

차근히 복기해야 한다고.

언젠간 알아차릴 겁니다.

나를 괴롭히는 이 불안이,

생을 향한 애착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불안하고, 예민하고, 때론 애처롭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는 단단합니다.

 

그의 솔직한 문장 안에 우리의 불안한 삶이 녹아있습니다.

부디, 이 책이 조금이나마 당신의 불안을 다독여주길 바랍니다.


저자 소개 : 

이원영

 

불안이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인 사람.

2018년 시집 <꽃인 너는, 꽃길만 걷자>를 펴냈다.


책 속 내용 :

사실, 나는 겁쟁이였어 (본문 중)

 

  어릴 적 학교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자주 오목을 두곤 했다. 단순하고 빠르게 결판이 나는 오목은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오락이었고, 학교 주변 학원에서 홍보를 위해 나눠준 노트는 최고의 오목판이었다. 모눈종이를 사이에 둔 어린 학생 둘은 마치 오목 기사라도 된 듯 진지했다. 때론 돌 하나를 보지 못해 허무하게 끝나는 경기도 있었지만, 주로 치열한 두뇌 싸움을 거쳐 승패가 결정되곤 했다. 팽팽했던 승부가 끝나면 관중의 입장이 되어 다른 친구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신기하게도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경기가 단순하게 보였다. 훈수를 두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그만큼 선수가 되어 치열하게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나의 수, 즉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걸 의미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삶은 어릴 적 오목 경기보다 훨씬 길고 치열해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돌아볼 틈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살아가기 바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이따금 몇 가지 결정으로 과감한 사람, 겁 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를테면 내 과감한 결정은 이런 것들이었다. 스무 살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 정보학과를 자퇴했고, 다시 들어간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엔 또다시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 삶의 방향을 틀었다. 서른네 살엔 작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삶의 갈림길에서 내린 이 선택들은 내가 과감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기에 충분했고, 안타깝게도 내 선택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불안 따위는 나에게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처럼 치열하게 삶을 살다 보니, 내 안의 불안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외면하는 편이 무의식적으로 안심됐을까. 어쩌면 나는 과감할 뿐 불안 따위는 없다고 자만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내 삶에 던져진 화두는 ‘불안’이다. 성장기부터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불안을 애써 잊고 살다가, 불안을 다시금 인식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이십 대 후반 처음 겪었던 고소 공포증이 그 시작이었다. 누구나 느끼는 고소 공포증이 큰 문제가 된 이유는 고층 난간에 서면 느낄 수 있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이 증상이 겨우 2층도 안 되는 높이에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번 불안을 의식하자 내 안에 숨어있던 각종 불안이 기척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느끼는 직접적인 공포부터 과거에 있었던 크고 작은 두려움까지, 치열한 삶을 위해 애써 묻어 두었던 불안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마주한 이 불안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정체가 흐릿한 불안의 틀 안에 갇혀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내 안에 쌓인 모든 불안을 채집하고 나열해야만 했다. 나름 용감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게 착각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사실, 나는 겁쟁이였다.

 

  앞으로의 글은 겁쟁이의 고백이자 한 청년이, 그리고 그 이전에 한 소년이 어떤 불안을 가슴에 담아두며 살아왔는지에 관한 기록들이다. 비록 수많은 불안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는 없더라도, 나의 불안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으로도 이 기록은 충분히 의미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것이 사소한 동지 의식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