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ISBN : 979-11-92134-27-7

저자 : 조배성, 한주안, 이성관, 김수림, 한혜윤

페이지 수 : 224

발행일 : 2022. 11. 5.


책 소개 :

어떤 말들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슬프지만 어떤 시간은 망설이는 사이 지나버리곤 합니다.

 

그러한 탓으로 부끄러워 망설이던 위로와

끝내 용기 내지 못한 사랑이,

혼자 앓으면 될 것이라며 꺼내지 못한 슬픔이

세상에는 많이도 버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애틋한 마음에 버리지 못한 어떤 문장들을

‘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남겨진 단어들,

그중 제일 많은 것은 아무래도 ‘안녕’이겠습니다.



출판사 서평 :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드리기 참으로 어려운 시대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나는 지금 무탈한지를 확인해보지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나를 챙기고 타인을 돌아보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라 합니다.

시(詩)를 대하는 것은, 우리 삶 일부를 비춰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시인의 언어에 우리는 위로 받고, 공감하며, 때론 힘을 얻습니다.

시집 <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는 다섯 시인이 서로 다른 언어로 우리 삶을 투영합니다. 작은 위로의 말이 글을 마주하는 이에게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안녕이 더 늦기 전에 시인이 전하는 ‘안녕’을 만나보세요.


저자 소개 : 

조배성

사랑과 낭만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대,

분노와 증오로 얼룩진 이 시대에서

오늘 하루도 잘 버티셨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제 글을 통해 여러분이

조금의 여유와 낭만이라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조유랑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포함한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여유와 낭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한주안

중고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이름이 되고 싶었습니다.

책장 구석 어딘가에 꽂힌 책을 쓴 사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낡아버렸을까 싶은

해진 책의 글쓴이 말입니다.

 

떠나거나 남은 여러 당신의 덕으로

이렇게 책 속의 이름이 되고

여전히 글자들을 적으며 지냅니다.

힘닿는 대로 세상에 사는 마음들 속에

다행스러운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이성관

13살, 어릴 적부터 시를 써왔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할 텐데

저 역시도 부족한 사람이라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좋은 글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제가 바라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저의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수림

저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또 여러분께 스며들고 싶은

예명 모먼트, 본명 김수림입니다.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씩

진심을 다해 느끼실 수 있게

 

시간이 지나도

다시금 좋은 기억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록 제 자신이 무명일지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어디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고 싶습니다.

 

 

 

 

한혜윤

98년생, 전공은 영화.

글쓰기와 연기, 번역과 조금의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내가 살아있고 존재함을 증명하고자,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실재함을 증명하고

내가 사라질까 하는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를 봐주고 알아주길 원하던 마음에서 시작한 창작들이

이제는 당신께 닿기 원하는 -

‘당신과’ 닿기 원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 속 내용 :

베개 _ 조배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고 또 깊은 밤이 나를 덮을 때면

 

나는 더욱 세게 베개를 움켜쥐고,

결코 부드럽지 않은 그의 품을 향해

더욱 깊숙이 얼굴을 부비며 파고든다

 

지독하게 어두운 이 밤공기가

내 전신을 짓누르면,

나는 참고, 또 참고, 또 참아보다

결국 눈물을 터뜨린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나는 얼굴을 그에게 파묻은 채

한참을 더 흐느껴본다

 

결코 부드럽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는

묵묵히, 내 얼굴을 감싸며

서툰 위로를 보내온다

 

그렇기에 나는 꾸밈없이 울어본다

울다가 지쳐 잠이 들어도

무뚝뚝한 그가,

내가 미처 닦지 못한

눈물 자국을 닦아 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두고 온 자리에서 _ 한주안

 

잃어버린 것은

모두 미련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연필 두어 자루와

졸업식 날 학교에 두고 온

시집 한 권이 그랬다

 

잃고 나서야

홀로 남은 것들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일이 여럿이었다

 

두고 온 자리에서

울고 있을 것들을

나는 항상 미안해했다

 

네가 나를

잃어버린 거라 하던

당신의 눈물도 선명했다

 

 

 

 

계절은 꽃을 그리워한다 _ 이성관

 

어제 하나의 꽃이 시들었고

계절은 마지막을 예감한 듯

꽃의 흔적을 어루만졌다

 

꽃은 영원을 탐닉하였기에

필시 자신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계절을 매혹하여 자신을 사랑토록 했다

 

한 번으로 끝날 조촐한 삶이라도

계절의 기억에 남아 머물게 된다면

그것은 꽃에게 있어 영원을 뜻했다

 

꽃이 피어나면 계절은 뒤따라 걸었다

계절은 시든 꽃을 그리워하며 뒤로 걸었다

무한한 되감기 속 사랑하던 꽃을 찾는다

 

계절이 돌아간다 계절이 돌아온다

계절의 걸음은 언제나 뒷걸음질

오늘도 계절은 꽃을 그리워한다

 

 

 

 

풍경 _ 김수림

 

좋은 곳에서

눈으로 담은 풍경은

 

사진과 비교 못 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나는

눈에 담고 있는

 

네 모습이 더

아름다워

 

너는 내 풍경이자

하나의 또 다른

 

 

 

 

속삭임 _ 한혜윤

 

가끔 나의 눈과 표정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그렇기에 내 눈의 속삭임을 듣기 위해선

기다림으로 응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꿈에서 만났다

나를 알고 싶어 했던 사람을

 

내 손에 쥐어진 민들레의 의미를 알고자 하던 사람

나의 말과 침묵의 이유를 묻던 사람

눈의 속삭임과 외침의 이유를 궁금해하던 사람

 

하지만 눈을 뜨니 그 사람은 없었고,

희미한 바람만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가끔 나의 표정과 눈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꿈속의 그 사람, 내가 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