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미학

ISBN : 979-11-92134-23-9

저자 : 김경희

페이지 수 : 136p

발행일 : 2022. 8. 23.


책 소개 :

<극단의 시소를 타는 흔들리는 영혼들을 위한 사랑의 노래, 사랑의 모양, 사랑의 방식>

 

존재하는 것들은 미완이고 불안하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물론, 느끼는 셈여림과 드러나는 차이, 존재마다 그들만의 방식을 가지기에 다양각색 합니다. 흔들리는 순간들을 깊이 포착하고 거기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노래하고, 또 더 나아가서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혹은 위로를 담고 싶음의 따뜻한 온기로 가닿길 원했습니다. 시집의 목차배열은 분노, 어두운 그림자의 밑바닥에서부터 무기력과 공허감, 그리고 흔들림을 수용하면서 나와 너를 끌어안는 사랑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톤이긴 하지만, 어둠에서 빛이라기보다는 우리는 어둠과 빛이 늘 항상 함께 존재하며 그것을 함께 받아들였을 때 삶을 더욱 온전히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기저에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대략 분노, 집착, 슬픔, 갈구를 기반으로 하는 감정들을 많이 다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붉은색의 느낌에 가깝겠어요. 과거에 받은 짙은 고통을 그리고 그 그림자와의 싸움이 대표적으로 dear, 스토커에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을 누려야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현재에서 살지 못하고 과거에서 살게 되잖아요. 그렇게 순간을 죽여가면서요, 죽음으로 치닫는 것 같았어요. 그러한 감정을 시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노력이 전반부 전체에 실려 있습니다.

 

중반부는 그러한 모든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들이 가라앉고 시듭니다. 그래서 무기력과 공허감이 짙게 배어 나오는 푸름, 짙은 회색의 톤으로 담았어요. 모든 것은 순간에서 영원하면서 또 영원한 것은 없는 모순이니까요. 그래서 모순도 가득합니다.

 

후반부에서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는 나를 끌어안아야 하고 나를 수용해야 하는 사랑으로 향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따뜻한 관심, 온기,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시들고 마는. 그래서 나를 좀 더 끌어안고자,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다시 미완에서 흔들리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미완성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끝은 결국 끝이 아니고요, 또다시 밤은 오지만, 또다시 아침이 오죠. 빛과 어둠, 낮과 밤, 하얀색과 검은색은 따로 분리되어 있다기보다 늘 함께 존재하고 그래서 온전합니다. 그래서 흔들림은 아름답고, 흔들리는 것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우리는 흔들리면서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춤을 추고, 삶의 순간들을 잠시라도 누리면 좋겠다는 따뜻한 위로를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단 하나의 꽃에서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완벽한 극복은 아니더라도, 흉이 남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타인에게서 구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서 구해도 좋고요. 내게서도 구하고 타인에게서도 구하면 더 좋겠죠. 우린 늘 함께, 연결되고 분리되는 존재이니까요. 그런 힘을 자신을 믿고 단단히 구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닻, 파도, 나의 모양도 외부에서 강제하는 틀을 거부하고 나만의 가치관, 생각, 느낌을 단단히 가지면서 압도하고 나여서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극복해내는 의지를 담았고요. 그렇게 따스한 온기들을 담고 나를 끌어안으며 타인으로 손을 뻗으면서, 영원할 것 같은 평행의 관계에서 교차의 지점을 찾고, 서로 가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각자만의 사랑하는 방식을 찾고, 질문을 하고 답을 내려 보고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단단하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서로 존중하며 따뜻한 온기를 가득 담아서 정성을 다해 표현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게 깊은 영감을 주신 여러 뮤즈가 많이 계셔서, 그들 덕분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서평 :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인 김경희. 시집 <흔들림의 미학>은 우리의 삶과 내면의 형태를 그리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것’에 대해 부정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수용하는 자세를 글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시집 구성을 했지만, 변화에 초점을 두지 않고 어두움과 밝음의 공존 가치에 대해 말합니다. 온전한 형태가 아니어도 온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김경희 시인. 각양각색의 인간을 다양한 언어로 풀어낸 시집 <흔들림의 미학> 김경희 시인의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 : 

김경희

 

시를 짓는 일

사유의 강에 빠지는 일

숨처럼 기다리는 일

풍경을 관찰하는 일

사이의 섬에 도달하는 일

가닿기 위해 노력하는 일

닿고 싶어 깊이 새기는 일

손때 닳도록 읽는 일

칼날처럼 단호해지는 일

끌리는 대로 달을 거는 일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순간이라는 별에 담아

반짝이며 숨꽃을 피우고 싶은 사람

 

인스타그램 @bemymuse.poet


책 속 내용 :

달, 갈증 (p.44)

 

스며드는 광기어린 기억의 편린

깊숙한 늪같이 축축한 곳에 숨겨뒀어

내 가슴팍을 부러뜨리고 나오려는 날개

연기처럼 뻗어 나와 허공에 흩어지지

 

널 부서뜨리고 싶어

널 집어삼키고 싶어

 

네 빛을 무한히 잉태하고

내 어둠으로 너를 감추고 싶은 모순

 

나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어야 되니까

 

 

네 나비 같은 숨결

흔들리는 몸짓

날카로운 손끝

짙어지는 마음

옅은 눈물

취할수록 갈증의 늪은

죽음을 향한 기다림처럼 깊어져가

 

아름다운 밤이야

 

걱정 마

네게로 늘 가라앉을 거니까

네 고통은 사라지길

 

시간의 채도가 짙어질수록

내가 네게 녹아들고

 

닿을 수 없는 네가

달처럼 걸리는 일

너로 넘쳐흐르는 일

 

 

 

 

눈물사탕 (p.84)

 

산들바람이 부는 듯했어

내게도 봄이 오는구나 하고

사포처럼 거칠던 표면들이

부딪히고 비벼져서 부드러워졌다고 믿는

순간들

 

나사처럼 풀리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검은 강은 낮게 흘렀어야 했는데

나를 겨냥하는 포탄이 쏟아지고

 

깊숙이 침몰하고 있어

 

빛을 삼켰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꿈이었을까

 

아득히 먼 지평선에서

걸어오는 깨진 유리 조각들

엉성하게 붙어서 실패한 조각들의

걸어오는 말이 흘러넘치면

눈물사탕을 아이처럼 핥으면서

오늘이란 시험에 실패한 기분을 만끽해

 

꽃도 절망할 수 있어

절망은 흐릿해지는 감정

절망의 유통기한은 오늘 밤까지

 

약속해

낮게 흐르며

실패를 사랑하기로

 

무너져 내린 다음 날엔

망각의 동물처럼

한 발자국씩만 더 나아가기로

 

 

 

 

끝나지 않을, 당신이라는 여름 (p.126)

 

당신은 달콤한 샤베트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요

무르익는 여름처럼

 

귀를 가만히 기울여 듣다 보면

두근거림을 꺼내 먹고 싶은 기분

가슴이 뻐근하게 아릿해지는 내 숨

 

영원처럼 당신을 갈구하게 될까 봐

영원 속에 잠드는 걸 택할지도

영원히 존재하겠지만

 

내 진심은 유연하지 못해

산호 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과

흔들리는 촛불처럼 들키고 싶은 마음

 

십자가처럼 교차하며 바람이 불어요

 

당신으로 시작해서

당신으로 끝나는 동그라미 달처럼

서서히 데워져서 서서히 식는 바다처럼

당신이 달아요

 

당신으로 인해 바뀌는

내 하루의 색

 

기억할 수 없는 꿈이 될까 봐

당신이라는 장마로 젖어 드는

내 하루의 끝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