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판나코타식 사랑 고백 (문학나눔 선정도서)

ISBN : 979-11-92134-16-1 

저자 : 이음

페이지 수 : 128p

발행일 : 2022. 5. 27.


책 소개 :

시집 <복숭아 판나코타식 사랑 고백>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사랑을 이야기하려 했으나 사랑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울창한 반성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안에 숨은 욕망이 있고 그 욕망과는 별개로 온기를 갖게 되었으니 새의 화음, 꽉 찬 바람, 그리고 그 순간을 반복할 수 있는 서정적인 위안과 사랑을 구워냈다.

 

2부에서는 좋을 수 있었으나 좋지 못했던 시절들에 대하여, 결핍과 결렬에 대해 아파하게 되었다. 집요하며 편집적인 자기만의 추악과 상처받는 순간 기립하는 혐오적 징후에 관한 정서이기도 하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관계들의 뒤틀린 속내, 추락하는 울음들을 기보했다.

 

3부에서는 관능적이오나 관능을 거부당했을 굴욕에 대해 민감하게 파고들었다. 개폐되는 성적인 것들 벗겨지는 순간 도래하는 인간적인 수치심은 누구나의 몫으로 나눈다. 외설적이며 나체적인 것, 냉대과 냉담. 최후로 잦아드는 울림은 누군가 언젠가 겪었을 형태의 감각이다.

이불 안에서 사적으로 망상하는 인간. 진실과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포커싱하여 조심스럽게 담았다.

 

4부에서는 1,2,3부적이지 않은 것이 담겼다. 오래도록 고립되었던 인간의 순수하면서도 그늘진 심보. 나서고 싶으나 나서고 싶지 않은 작용과 반작용의 세계. 드러내고 싶으나 숨고만 싶은 모순의 층계참. 어떤 세계가 있고 어떤 희망과 절망이 있고, 그런 것들이 불투명하게 색감화된 순간을 현상했다.

 

각 부가 전부 저자의 오해에서 비롯된 엉망의 세계관.


출판사 서평 :

이음 시인의 시집 <복숭아 판나코타식 사랑 고백>. 시인은 작품을 통해 ‘사랑’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오묘하고도 도발적인, 성스러우면서도 보잘것없는 그 감정의 다양성과 모순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작품 모두가 ‘저자의 오해에서 비롯된 엉망의 세계관’이라 매조지하는 시인의 독특한 사상을 엿보기 충분한 시집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감각적인 언어로 인간과 그 속의 사랑을 표현하는 이음 시인의 시집 <복숭아 판나코타식 사랑 고백>. 그 안에서 시인의 몸짓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저자 소개 :

시인 이음

 

1993년 전주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전주에서 카페 및 글쓰기 교습 공간

<반영들 @reflections.space>을 운영하고 있다.

 


책 속 내용 :

우리 가끔 만나서 (p.21)

 

제가 시작한 이야기는 당신의 귀에서 마무리되고

당신이 시작한 이야기는 제가 간직하면 어떨까요

 

코너에 코너가 있고 맞은편에 맞은편이 있고

건너편에 건너편이 있는 골목과 거리를 함께 걷다 보면

 

우리에게 어떤 신발과 대화가 잘 어울릴까요

 

제게 빨강 단화가 있어요 늙고 해졌지만

당신이 이걸 본다면,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당신의 검정 스니커즈가

왼발이 먼저 나가는지 오른발이 먼저 나가는지

 

날씨는 예정대로 맑다가 예보대로 차차 흐려질 것인지

 

저는 그런 게 궁금하거든요

 

 

 

혼탁한 계절 (p.51)

 

검정 코트 입고

빨간 우산 하나 나눠 쓰고

새하얀 거리를

걸어줄 수 있는지

 

낡은 엽서 한 장을 꺼냈다

 

당신은 내가 반드시 되찾을 풍경이라고

 

소격해진 사이였다

 

어떤 안부도

당신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되고

 

함박눈 내린

회양목 숲의 초입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은

 

슬픔의 모든 다른 언어였다

 

 

 

민감증 (p.72)

 

당신 복면 안으로 욕이나 해대는 줄 알았는데

노래도 흥얼거릴 줄 알았네요

실연당한 얼굴일 줄 알았는데

감미로운 웅덩이를 담아두고 있었네요

두렵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줄 몰랐어요

 

당신 파란만장하거나 우격다짐을 뱉을 줄 알았는데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더군요

귀가 선호하는 활자의 리듬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것은 귀의 문제 소리의 문제 아니면

마주침의 문제

 

귓가를 떠나지 못한 소리로 부작용을 앓고 있어요

입으로 귀를 만지면 기분이 좋나 보군요

당신의 노래는 왜 이렇게 길고 긴가요

 

다정하고 뜨거운 침

그게 나의 귀를 찌르나요, 아니면 마음을 찌르나요*

 

 

 

미래의 책 (p.122)

 

예언과 목숨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목숨은 제물

단상에 올라가 헛기침을 하는

두 쪽으로 갈라지는 책

무엇이 적혀 있을까에 대한

사람들의 소문과 웅성거림

보잘것없는 문장

어느 터키 잡상인이 소개하는 한 권

펼쳐 본 순간 알게 된다

미래를 적어 놓았구나

첫 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

부름이라기엔 절박했던 혼잣말

터키 잡상인은 말한다

유일한 질문으로 시작된 말씀

출처를 알 수 없는

낡고 강한 신념

결국 손에 쥔 책

몰락하는 황혼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