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사랑이 생각나 새벽을 유영합니다

ISBN : 979-11-92134-10-9

저자 : 단일, 김동식, 이하림, 하구비, 신현택

페이지 수 : 224P

발행일 : 2002. 4. 27.


책 소개 :

알고 계시나요?

우린 모두 빛나는 사람입니다.

때론 강하게, 때론 희미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게나마 빛을 내고 있습니다.

또 사람은 개인마다 색이 다릅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외에도 수많은 사람만큼 수많은 색이 존재합니다.

저희 다섯 시인도 여러분처럼 빛을 내는, 빛나는 사람입니다.

빛이 모이고 모이면 흰색이 된답니다.

저기 저 하아얀 벚꽃나무처럼 말이죠.

나무에서 벚꽃이 피면 그늘지기 마련입니다.

얼핏 보면 우리의 인생 같기도, 또 다르게 보면 사랑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단행본 시집은 다섯 시인이 모여 하얀 벚꽃나무를 피워냈습니다.

사랑, 인생, 행복, 슬픔 등 삶의 꽃과 그 밑에 진 그늘을 글로 적었답니다.

이 글을 적는 사월이네요.

함께 벚꽃 구경 가실래요?


출판사 서평 :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말로, 글로, 그리고 행동으로. 글로 전하는 것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에둘러 나타내기도 합니다. 詩라는 것이 꼭 그러합니다. 내 마음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보다 더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 줍습니다. 시의 매력이란 바로 그것에 있는 것이겠지요.

단일, 김동식, 이하림, 하구비, 그리고 신현택. 다섯 시인이 선사하는 시인의 마음.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을 찬란하게, 때론 절절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저자 소개 : 

단일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씁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옮기고

울지 못하는 것을 위해 대신 울어줍니다.


말하지 못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입이 되어주기도

듣지 못하는 것을 위해 가만히 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때론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미리 걸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세상이 낯설게 다가오면

스스로를 감추기도

서슴없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김동식

 

흘러만 가도 아름답지만

마냥 물처럼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순간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마음에서

제 감정에 충실히 글을 썼고

이제는 누군가에게도

한 조각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곁에 잔잔히 남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하림

 

아픔이 온몸을 가득 채우던 때,

사람은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글은 위로가 되었어요.

 

글과 아이들이 가득한 지금이 제겐 가장 충만한 때입니다.

그 순간을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데,

잊지 않으려 쓰고 읽습니다.

 

살아가는 때에 많은 것들이 제 목을 조여오는 듯하다면

책이 가득한 어느 곳으로든 걸어가 보세요.

 

더 나아지진 않겠지만 더 나빠지진 않을 테니,

작지만 굵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가 터득한

지혜를 남겨 드리며,

 

2022년 찬란한 각자의 시대에 살고 계신 모두에게.

 

 

 

 

 

하구비

 

홀로 지샌 밤이 모여 오늘이 되었습니다.

스쳐 지나간 수많은 별과 구름과 바람이 모여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이제는 홀로 그러려니 하렵니다.

서느런 밤

외롭게 홀로 핀 꽃 한 송이처럼

그러다 웃고 울고 그러려니 하렵니다.

온 세상이 품어준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저 그러려니 하렵니다.

 

 

 

 

신현택

 

세상이 조금은

꿉꿉하고 습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라면

 

방향제로 삶을 덮는 글이 아닌

같이 땀을 흘리는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책 속 내용 :

작별 _ 단일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치 내일 다시 볼 듯

평소처럼 웃으며 보내는 편이 좋으리라

 

슬픈 이별을 하면 다신 너를 만나지 못할까 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가 저를 떠나가는 새를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드는 이유는

마지막까지 새에게 좋은 나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가 없어서 외로움에

몸을 흔들겠지만

끝까지 새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새는 나무가 들썩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흰나비 _ 김동식

 

하얀 매화가 수줍게 고개 내민

따뜻한 봄날을

나풀나풀 날갯짓하며 누비는 흰나비야

네가 가져온 소식이 희소식이거늘

들꽃 옆에서 살랑살랑 춤을 춰다오.

 

나비야 흰나비야

네가 가져온 소식이 비보이거늘

병든 내 가슴 위에 살포시 앉았다 가거라.

 

느긋이 흐르는 시간 속

바쁘게 날아가는 흰나비

네가 가져온 소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너는 또 누구의 소식을 전하러 가느냐.

 

그건 너만이 알고 있는

새하얀 비밀이겠지.

 

 

 

 

 

깊은 우리 늙은 날 _ 이하림

 

깊은 숲이 있다

그 길이 깊고 깊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런 숲만 찾다 보니 그런 길만 가게 되었네

 

검은 나무가 그 길을 걷고 걷다

하얀 기쁨을 만났네

하얀 기쁨과 검은 나무가 나란히 깊은 숲을 걷다

커다란 숲을 찾았네

 

커다란 숲엔 파란 가시덤불도 있고 샘물도 있었으며

땅속 깊이 숨겨진 푸른 사랑이 있었다네

 

땀 흘리며 사랑을 찾아 꺼내었더니

사랑이 말했네

 

오랜만이야.

 

 

 

 

 

사랑이란 편지 _ 하구비

 

끄적이다 지우고

빗금 치다 찢기고

끄적이고 지우다

 

수많은 문장 담긴

편지 내려놓고

 

은은히 붉은

꽃 한 송이 그려

보낸다

 

 

 

 

포옹 _ 신현택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누군가를 안으면서

우리는 서로 간의 그늘을 만들지만

그 그늘에서는 각자의 그림자가

서로 포개어

서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