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독 베개가 불편했다

ISBN : 979-11-89129-96-5

저자 : 곽수혁

페이지 수 : 112 p

발행일 : 2021. 9. 15.


책 소개 :

<오늘은 유독 베개가 불편했다>에는 결핍을 지닌 소년들을 스쳐지나간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소년들은 사랑, 결핍, 투쟁과 같은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소년이 청년이 되어감에 일상 속 마주쳐왔던 결핍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감 없이 시집 안에 털어놓고 있다.

때론 진부한 위로보단 같은 경험을 이야기함이 큰 위로로 다가오듯, 작가는 차분한 어투로 아픔을 이야기 한다.

무엇이듯 지키고자 했던, 책임지고자 했던, 노력하는 이 시대의 옅은 나이테들이 짙어짐에 안정을 선물받기를 기도하며...


출판사 서평 : 

곽수혁 시인의 첫 시집 <오늘은 유독 베개가 불편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표현의 깊이’가 먼저 다가옵니다.

‘詩’의 본질에 충실한 그의 표현을 마주할 때면, 그토록 표현하고자 했던 시인의 고뇌와 사색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젊은 시인답게 선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간 그의 진실함에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여전히 성찰하고 배워가는 중인 시인을 마주해주셔서, 독자의 시간을 뺏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시인의 배려심 있는 인사에 또 한 번 미소가 지어집니다.

시집 <오늘은 유독 베개가 불편했다>에 녹아든 청년, 그 청년을 오늘 마주할까 합니다.


저자 소개 : 

곽수혁

 

2000년 경기도 출생

2021년 시집 <오늘은 유독 베개가 불편했다> 로 데뷔

 

 

이 공간엔 시 속에 살고 싶었던 소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멸했고, 사랑했던 그리고 때론 방탕했던 소년이 마지막 장을 마주함에 비로소 청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넘기는 손의 존재가 어찌도 이리 가슴을 뛰게 만드는지... 여전히 성찰하고 배워가는 옅은 나이테인 저이지만, 여러분의 시간을 뺏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무척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책 속 내용 :

선선한 날씨기에 (p.24)

 

세월을 지닌 얼굴에 짙은 그늘이 있다

걷어내기엔 깊이 묻어 암만 세수를 해보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사연을 지닌 피사체는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지,

도통 유하게 섞이는 일이 없다

물과 기름 마냥 어울리는 일이 없다

번듯한 교통 없이 세월을 보내니

닦이지 않을 그늘만 묵묵히 짙어질 뿐이다

언젠가는 작은 인연 다가와

밝은 빛 피하려 그늘 밑 잠시 자리하겠지

사무치는 외로움 속 잘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보아도,

비루한 신발은 왜 인지 피눈물을 머금는다

그늘 밑은 선선한 날씨기에

‘다들 한 번쯤 들려주세요’라며 속삭인다.

 

 

 

누구보다 주관적으로 신성한 그대들 (p.40)

 

과거의 행적에 묻혀 현재의 영향을 잃고, 대중 속 하나의 젊은 가수가 죽었다. 목소리는 살아 있음이 분명했다, 음반 속 살려 달라는 목소리를 마주했기에.

작품의 주인이 더러운 과거의 행적을 지녔기에, 더러운 음악으로 치부되었다. 앞으로 공공장소의 잡음과 더불어 화음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난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대중으로부터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한 성립 조건 속엔 기억될 미담과 인성, 그리고 재능 따위가 자리 하는 듯하다. 대중의 뱁새눈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죽였는지, 손가락이 모자라 세는 일을 그만두었다. 작품 속에서 찢어지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어 접하는 일을 꺼리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하나의 작作이 죽었다.

누구보다 주관적으로 신성한 그대들로 인해,

주관적 판단과 잣대에 의해,

억울한 재능이 잠식되었다.

 

주관적으로 신성한 그대들로 인해.

 

 

 

목탄들 있다 (p.54)

 

어두운 단칸방

초와 나 하나

그리고

아깝게 깎여나간,

날아다니는 목탄들 있다

숨을 크게 마시다,

기침을 하는 일을 반복했다

굳은살이 베긴 손을 바라보다

무지하기 짝이 없다며

그림자를 걷어내곤 했다

지성을 가지고자

목탄과 종이를 입에 한가득 물곤 했다

 

그렇게라도 시에 살고 싶었다

시에 살고 있음에

시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