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다

ISBN : 979-11-89129-94-1

저자 : 서현종, 김가은, 김유리, 김혜진

페이지 수 : 184p

발행일 : 2021. 9. 8.


책 소개 :

안녕? 당신을 만나기 위해 사랑을 가로질렀어요

머나먼 계절, 우리 이름 한 송이 꽃피우고파

굽은 길 아등바등 헤치고 긴긴날 외로움 견디었어요

깜박이는 가로등을 은하 삼아 동동걸음 수놓으며

줄 수 없는 고백은 글로 땋았어요

 

돌아본 골목이 보랏빛이에요

가닿은 곳엔 빈칸만 쓸쓸하고,

 

당신께 물어요

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나요

 

안녕,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 삶을 가로질렀어요

당신의 골목에 보랏빛 향기로운 날

마지막 편지를 부칠게요

 

당신도,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나요.


출판사 서평 :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걸어본 적이 언제인가요?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마주하며 걷는 길은 우리에게 여유와 사색을 선물합니다.

가방에서 시집 한 권을 꺼내어 시인과 마주해봅니다.

서현종 시인은 당신과 나, 우리의 그리움을 이야기합니다.

한 통의 편지와도 같은 시인의 작품에서 진한 그리움을 마주합니다.

누군가에게서 또 누군가에게로. 그렇게 시인의 말은 사람을 향해 흘러갑니다.

김가은 시인의 작품은 그 깊이를 쉽사리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한 장 한 장에 담긴 시인의 삶은 독자를 조용한 사색의 시간으로 이끕니다.

시인이 선사하는 삶의 모순과 사랑을 만나보세요.

김유리 시인과 계절의 한 가운데에서 마주합니다.

인간과 자연, 그 속에서 시인은 덤덤하게 사랑을 건네줍니다.

진중한 시인의 언어를 당신에게 선사합니다.

김혜진 시인의 시상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사랑 가득 독특한 시인의 눈을 훔쳐내고 싶어집니다.

달콤한 미소가 머무는 시인의 세상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자 소개 : 

서현종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서울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틈틈이 남는 시간에 시를 하나 둘 담고 있습니다.

무너져 내린 나를 다시 정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던 것은

어느 시인의 작은 시집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도 내가 받았던 그런 위로를 줄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시를 쓰고 영상에 담습니다.

 

 

김가은

 

변화를 싫어하는 프로 편입생입니다.

어릴 적부터 숱한 전학과 편입을 경험하며

새 친구 사귀는 건 꺼리지만 이사는 은근히 기대하는,

유명하다는 문학 서적에는 거리감을 느끼지만

아마추어 에세이는 즐겨 읽는 모순덩어리이기도 하지요.

간호학과 2년, 커뮤니케이션학과와 공연영상학과에서 2년을 수학한 문·이과 혼합형 인간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 사이

미묘한 간극을 사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김유리

 

시들은 부끄러움이 많아

늘 작은 공간으로 숨어 들어간다

서점의 불빛걸음이 느린 구석진 공간

더 낮게 앉아 시를 읽는다

시 안에 머무르는 그 시간,

시를 읽을 때는

작아져야 한다

그래야 큰 것들이 속으로 들어와

줄곧 스며들 수 있다

어느 해던가

입바른 소리로 동무를 잃고

세상의 눈이 달라 외면 받던 시인은

가슴에 차가운 얼음 꽃을 안고 산다고 했다

일부러 찾아와 머리를 낮춰야 보이는

시인들이 만든 세상엔

일부러 눈을 뜨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바가지로 담을 만큼의

지나간 세월이 한 움큼 살아있다

 

 

김혜진

 

여름의 어디쯤

달이 밝고 바다가 고여 오릅니다

사랑은 자주 울며 빛이 무성합니다

견딜 수 없기에 뭉툭한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습니다

내가 되었습니다


책 속 내용 : 

계란말이 _ 서현종 (p.40)

 

집 나와

홀로 살다 보니

정갈하게 잘 말아진

계란말이가 그립다

 

비단 계란말이 뿐이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된장국에 고기반찬

잘 차려진 밥 한 상

 

늦으면 늦었다고 방문 밖에서 들리는

기분 좋은 잔소리와

나갔다 들어오면

마술처럼 잘 개어져 있는 수건과

정돈된 옷가지들까지-

 

오늘따라

내가 만든 계란말이는

더더욱 못생겨 보인다

 

 

 

마주하지 못한 날들 _ 김가은 (p.77)

 

수많은 과거를 기다려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은

그토록 바라던 미래

결국엔 지나갈 과거

 

아,

기다림이란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세월에 주름진 발아래 남은 건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뿐인데

 

무엇이 그리도

두려웠었나

 

무엇에 그리도

얽매였던가

 

 

 

 

당신의 탄생에 _ 김유리 (p.113)

 

탄생은 눈물을 담고 있으니

두드려야 열리는 문처럼

울음으로 두드려 빛을 얻는다

어둠 끝 빛이 보인다는 것

어머니의 산고를 내 것으로 여겨 운 것이든

번데기 찢어내는 내 살점의 아픔이든

무수한 탄생의 인고는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니

당신

태어나는 그날은 마음껏 울어도 좋을 것이다

울었던 자리에 꽃을 뿌리고

세상의 축복을 누려라

타다만 양초처럼 엉거주춤 남아있지 말자

기꺼이 스스로 끝까지 빛나라

촛농의 눈물만큼 빛나고 있으니

마음껏 울자

탄생 옆에 그대 울음 듣는 이들에게

살아 있음을 증명하여

울어도 좋은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_ 김혜진 (p.160)

 

깨물면

금귤이 쏟아지는 일생을 보내야지

우울을 갈아 은빛으로 마시고

놀구름 곁들인 작별을 할 테다

오로라로 머리를 묶어서

매일 밤 새콤한 꿈도 꿀 거야

 

 

뛰어들면

물소리 퍼지는 해바라기밭에는

하와이가 블루 카펫으로 깔려 있거든

나는 여기 에메랄드 품을 유영하며

열대어와 눈 맞추는 아이

이상異常이 전부인 양 살아가는

로맨티시스트니까

 

 

사자님

나 죽을 땐 시집 들고 오셔요

내 이름은 그곳에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