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으로 오랜 여정을 함께했지요

ISBN : 979-11-92134-44-4

저자 : 정연승

페이지 수 : 112p

발행일 : 2023. 6. 8.


책 소개 :

끝이 나지 않는 밤하늘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무던히 걷는 이에게

 

다만 같은 아픔을 함께 지나고 있다는 걸

그럼에도 뭉근한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걸

 

그러니 서둘러 피는 꽃을 동경하지 않길

오래 걸린다 해도 그대의 삶과 닮은 것이 그대의 꿈이라면

 

참으로 오랜 여정이겠지만, 늘 함께 할 수 있길

 

그대라는 수필에

늘 별빛 같은 나지막한 온기를

평온히 전하고 있을 테니



출판사 서평 : 

서정적인 글 안에 담담한 마음을 담는 정연승 시인의 시집 <우리는 참으로 오랜 여정을 함께했지요>. 그의 글을 마주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그 장면을 그리게 됩니다. 시인의 마음과 함께 시간을 걷게 됩니다. 차분하면서도 절절함이 느껴지는 정연승 시인의 작품은 사랑의 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누군가의 곁에 늘 숨 쉬는 글로 남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은 서둘지 않는 그의 마음과도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마음을 한껏 느끼고픈 여러분에게 선사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오랜 여정을 함께했지요.

 


저자 소개 : 

정연승

 

아마 2014년의 늦가을 즈음

「풍경」이라는 내 생에 첫 시를 쓰게 되면서

어쩌면 그렇게 시작되었나보다.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시를 쓰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끝 모를 슬픔에 휩싸일 때도

황홀한 기쁨에 파묻힐 때도

그 스치듯 머무르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적어두다 보니

 

어느새 큰 강줄기 되어

이제는 나를 지탱하게 하는

유일한 치유인

나의 詩.


책 속 내용 :

그립고 푸른 꿈 _ 정연승

 

몽상가들이 쏟아놓고 떠난

담갈색의 슬픔이 가득한 아침의 바다

 

그 바다는 푸름의 색으로 깊어진 하늘 같습니다만

그 마음은 푸름의 색으로 깊어진 토로 같습니다

 

깊고 푸른 은하 속, 미약한 별빛처럼

힘없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바람은 세찬 소리를 내며 창을 흔들고

어느 해의 끝에서 품어왔던 다짐들은

까닭을 모른 채 부유합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그리워하는데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꿈꿔도 되는 걸까요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한 바다 저 먼 곳처럼

 

다만 못내 비통한 이 마음을 눈감은 채

그저 어두워져 가는 짙푸른 저 하늘을 바라봅니다

 

 

 

부유 _ 정연승

 

얼마 남지 않은 빛마저

사랑하는 이에게 모두 주고서도

 

떠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로 인해

머물지 못한 채 부유한다

 

그러다 하릴없이 잠이 들면

하얀 마음은 낮은 어둠에 잡아먹힌 안개가 되어

노을을 보면서도 지옥을 떠올린다

 

잠들기 전이 가장 고통스러운 이유는

내일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고

모든 것이 멈추지 않으면 남게 되는 건

불명의 존재가 되어

 

죽은 듯이 남아있던 시간들이

떠돌아다니듯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뿐

 

언젠가는 지워지는 거겠지만

못내 서글퍼, 부유하고 부유하는

겹겹이 딱지 앉았던 모든 상처

결국 어느 것 하나 붙잡지도 못한 채

여윈 고독을 묻어둔 무거운 마음 하나를

구천에 흩어놓는다

 

 

 

죽은 가지가 베어지듯이 _ 정연승

 

죽은 가지가 베어지듯이

무심하게 조각내고픈

그리움의 파편들

 

세찬 바람에 떠밀듯

못내 밀어내지만

 

단 한 순간도 쉽게

잊은 적은 없어서

 

그래도 비워내면 이내 차오르던 그때는

함께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눈을 바라보면 또 그렇게

그리워

 

결국

죽을 듯 아파야만 끝을 맺곤 하는 시처럼

이 또한 뒤틀려버린 치유겠지만

 

그래도 생의 끝에서 언젠가 우연히 만나지면

놓쳐버렸던 그때의 그 두 손을

한 번 잡아 볼 수는 있을까요

 

 

 

강물처럼 흐르는 _ 정연승

 

부딪히고 꺾이어가며

끌려가듯 여기저기를 스쳐 지나다 보면

알지 못하는 어느 곳으로 무던히 닿는 것 같아

 

그러나 도착한 곳은

언제나 흩어져버리는 광활하고 푸른 폐허

 

이내 천천히 한숨의 노래를 부르면서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떨어지는 꽃잎처럼 아스라이 내려앉는다

 

그러다 좌절의 문턱에서 문득 상상해본다

언젠가 저 검푸른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지는 날

저곳을 향해 날아갈 수 있을까

 

점점 메말라가고는 있지만

간절한 소원마저 사라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