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겹의 마음

ISBN : 979-11-92134-45-1

저자 : 권덕행

페이지 수 : 256p

발행일 : 2023. 6. 15.


책 소개 :

마음은 언제나 균열을 일으킨다.

안쪽과 바깥쪽, 왼편과 오른편 혹은 크게 울어버리거나 비껴서거나, 

갇히거나 놓거나, 부서지거나 퍼 올리거나, 흐르고 멈추는 일이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말들이 마음 근처를 전전하기도 한다.

각자의 진실에 나는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나는 겨우 한 쪽만 볼 수 있을 뿐인데.

 

진심은 언제나 얼굴 뒤에 있다.

정면으로 다가와서 얼굴 뒤로 숨는다.

 

보통의 날들 속에서 언젠가 문득 뒤돌아봤던 시간을 기록한다.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말들을.

 


출판사 서평 : 

권덕행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몇 겹의 마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끝까지 좋으리란 법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꼭 그 미움으로만 자리하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미움으로 켜켜이 덮어 둔 마음 안에 이따금 뜻 모를 사랑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요.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꽤 오랜 시간 그 마음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새로운 마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겠지요.

 

잠시 창문을 열어 소리를 들어보세요. 서늘한 바람 틈으로 흘러 들어오는 파도 소리, 그 소리에 맞물려 나가는 또 다른 인기척의 소리. 어쩐지 듣고 싶지 않은 소음과도 같은 소리, 그러나 그 안에서 작게 들리는 꼭 들어야만 하는 소리와도 같은, 그런 소리⋯⋯. 그렇게 한동안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던 마음들이 내 편과도 같게 느껴져서, 전과는 달라진 마음의 결에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보통의 날들 속 쉬이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에 관한 산문집,

『몇 겹의 마음』이 그런 당신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되어 흐르길 기대합니다.


저자 소개 : 

권덕행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이후로 꽤 무용하게 살았다. 누군가가 뛰어갈 때 나는 앉아 있거나 먼 데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앞서 간다는 느낌이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어느새 자리를 옮겨 앉기도 했다. 나는 무용함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어떤 말은 그럴 때 힘이 있고 아름답기도 하다.

 

시집 『사라지는 윤곽들』을 썼다. 시와 시 사이에 길고도 짧은 산문을 썼다. 나에게 하려던 말을 누군가에게 건넬 때, 우리는 조금 더 친밀해진다.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았더니 어쩐지 따뜻했다. 이것을 어떤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책 속 내용 :

목소리는 그 사람이 삶을 얼마나 혹사시켰는지, 얼마나 쓸쓸했는지 간절히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는 통로이며, 침묵을 얼마나 매만지며 살았던 삶인지 자발적으로 자신을 들키기로 마음먹는 몸의 첫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그 사람을 알 것도 같은 순간이 있다. 모든 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사람의 많은 것이 소리로 만들어져 바깥으로 표출될 때 목소리는 당신이 켜켜이 쌓인 지층 같은 순간이라는 것을.

 

p.14「목소리, 너의 고유한 언어」 중

 

 

 

얼마 전에 지인에게 짧은 메모를 남겼다. 손글씨로. 그날의 내 기분이 오롯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씨를 쓰지 않기 시작하면서 속엣말을 꺼내지 않고 사는 날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씨를 쓰면 날것 그대로의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의 몸통 같은 것, 그 시절의 선명한 목소리 같은 것, 되돌릴 수 없는 마음 같은 것, 글씨는 그런 것인데. 지우지 않고 흘려보내는 후회 같은 것인데. 어느새 손이 굳어버렸다.

 

p.38「뒷모습」 중

 


엄마와 미용실은 나에게 하나의 거대한 서사이다. 그것은 인기척 없이 찾아드는 가난이었고, 길고 지루한 구원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일으켜 세운 근거 없는 낙관이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두렵다.

 

없는 사람처럼 내가 모르는 시간이 찾아올 때, 엄마의 흔적이 미열처럼 남아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p. 103 「엄마와 미용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