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BN : 979-11-92134-39-0
저자 : 정소영
페이지 수 : 136p
발행일 : 2023. 3. 14.
책 소개 :
글을 쓴다.
대단하지 않은 내가 대단하지 않은 글을,
학창 시절 처음으로
모 일보 기사를 썼던 날이 기억난다.
어느 집안에 일어난 화재로 이웃들이 십시일반
그 가족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친다는
훈훈한 기사 내용이었고 신문 한 면을 차지했다.
다음은 몇 년 전 모 방송국과 인터뷰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피해자 대표로
여러 명이 함께 기자와 인터뷰했다.
근데 왜 딴 분 건 거의 편집되고
내 인터뷰만 그것도 9시 뉴스에 길게도 나간다.
곧장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야 너 사기 당했어? 역시 울 언니였다.
어 그래, 나 사기당했다. 언니야. 엉엉.
생각한다. 모름지기 인생이란
생각보다 뜨고 지는 일이 참 빠르다고.
분명 모자이크 처리 확실히 해달라고 했는데
믿을 게 못 되는 세상이다.
처음으로 이름 세글자를 내걸고 단독 시집출간을 합니다.
죽을 때까지 다 훑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작은 소행성 같은 저를 파는 행위입니다.
출판사 서평 :
우리 사는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로’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이죠. 어쩌면 ‘시’는 그런 위로의 말을 가장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시’가 가진,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은유와 비유로, 그 짧은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니 말입니다.
정소영 시인은 때론 강렬하게, 때론 세상 부드럽게 말을 건넵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인의 곁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롭지 않은 시간, 정소영 시인을 만나보세요.
저자 소개 :
정소영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영혼의 질량만큼
세상을 경험하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가진 게 부족해서 힘들었고
또 어떤 날은 흘러넘쳐서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나 자신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무수한 날 찬바람을 맞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사람 때문에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나는 여기 잘 살아있잖아요.
책 속 내용 :
부작위에 의한 작위가 죄가 되지 않는 순간 (P.29)
마음을 다친 이에게
열심히 살아가란 말도
곧 좋아질 거란 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마음을 다쳤다는 건
회복이 더딘 내상을 입은 것처럼
육체를 지탱하고 있는 영혼마저 상처 입은 거예요
그럴 땐 무어라 용기 줄 수 있는 말도
구태여 다가가려는 노력도 하지 말고
상처 입은 이가 한 템포 고요히 쉬어 갈 수 있게
우리 편안한 여백의 공간이 되어주기로 해요
때론 상대를 위해
모른 체하고 못 본 체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 주어서
더 고마울 때도 있는 법이니깐요
그 끝엔 항상 네가 있어 (P.93)
문밖을 서성이던
긴 시린 외로움 그 끝엔
항상 네가 있어
사랑이었어
사랑했었어
지금은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하고
고백하던
너의 입술 속에서
쉴새 없이 새어 나오던
칼날 같은 모진 말들이
나를 선 분홍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어
날 사랑하지 않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계절은 이젠 그만
긴 겨울의 동면 속으로 접어든 거야
ISBN : 979-11-92134-39-0
저자 : 정소영
페이지 수 : 136p
발행일 : 2023. 3. 14.
책 소개 :
글을 쓴다.
대단하지 않은 내가 대단하지 않은 글을,
학창 시절 처음으로
모 일보 기사를 썼던 날이 기억난다.
어느 집안에 일어난 화재로 이웃들이 십시일반
그 가족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친다는
훈훈한 기사 내용이었고 신문 한 면을 차지했다.
다음은 몇 년 전 모 방송국과 인터뷰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피해자 대표로
여러 명이 함께 기자와 인터뷰했다.
근데 왜 딴 분 건 거의 편집되고
내 인터뷰만 그것도 9시 뉴스에 길게도 나간다.
곧장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야 너 사기 당했어? 역시 울 언니였다.
어 그래, 나 사기당했다. 언니야. 엉엉.
생각한다. 모름지기 인생이란
생각보다 뜨고 지는 일이 참 빠르다고.
분명 모자이크 처리 확실히 해달라고 했는데
믿을 게 못 되는 세상이다.
처음으로 이름 세글자를 내걸고 단독 시집출간을 합니다.
죽을 때까지 다 훑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작은 소행성 같은 저를 파는 행위입니다.
출판사 서평 :
우리 사는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로’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이죠. 어쩌면 ‘시’는 그런 위로의 말을 가장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시’가 가진,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은유와 비유로, 그 짧은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니 말입니다.
정소영 시인은 때론 강렬하게, 때론 세상 부드럽게 말을 건넵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인의 곁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롭지 않은 시간, 정소영 시인을 만나보세요.
저자 소개 :
정소영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영혼의 질량만큼
세상을 경험하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가진 게 부족해서 힘들었고
또 어떤 날은 흘러넘쳐서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나 자신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무수한 날 찬바람을 맞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사람 때문에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나는 여기 잘 살아있잖아요.
책 속 내용 :
부작위에 의한 작위가 죄가 되지 않는 순간 (P.29)
마음을 다친 이에게
열심히 살아가란 말도
곧 좋아질 거란 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마음을 다쳤다는 건
회복이 더딘 내상을 입은 것처럼
육체를 지탱하고 있는 영혼마저 상처 입은 거예요
그럴 땐 무어라 용기 줄 수 있는 말도
구태여 다가가려는 노력도 하지 말고
상처 입은 이가 한 템포 고요히 쉬어 갈 수 있게
우리 편안한 여백의 공간이 되어주기로 해요
때론 상대를 위해
모른 체하고 못 본 체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 주어서
더 고마울 때도 있는 법이니깐요
그 끝엔 항상 네가 있어 (P.93)
문밖을 서성이던
긴 시린 외로움 그 끝엔
항상 네가 있어
사랑이었어
사랑했었어
지금은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하고
고백하던
너의 입술 속에서
쉴새 없이 새어 나오던
칼날 같은 모진 말들이
나를 선 분홍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어
날 사랑하지 않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계절은 이젠 그만
긴 겨울의 동면 속으로 접어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