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에선 화롯불에 구운 고등어 냄새가 났다

ISBN : 979-11-92134-31-4

저자 : 윤정수

페이지 수 : 144

발행일 : 2022. 12. 20.


책 소개 :

평상시 좋아하는 시를 읽어도 가슴에서는 울림이 크지 않았다. 우연히 김소월의 시 <초혼>을 읽다가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가슴에서 요동이 쳤다.

"아, 시가 이런 것이었구나."

가끔 시를 쓰고는 했지만, 시가 너무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속에서 외쳐댔던 것들이 모두 시가 되었다.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일, 마음먹고 쓰려고 앉으면 그 순간 머리는 텅 비고 만다. 몇 시간을 잡고 있어도 단 한 줄 쓰지 못하고 덮어 버리기 일쑤. 무엇이 통했을까.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인지 나의 과거와 지금 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모티브가 되었다. 이렇게 한 권의 내 시가 탄생했다.

많은 상처와 한을 안고 사신 사랑하는 내 어머니,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 채 커버린 칠 남매의 삶을 시로 담아 보았다. 어쩌면 어머니의 상처와 나를 비롯한 우리 칠 남매가 받아야 했던 상처를 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팠던 마음을 포장이 아닌 따듯한 시로 표현하고 싶었다. 부디 내 시가 따듯한 마음을 가진 독자들에게 덤으로 더 따듯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_ 시인 윤정수


출판사 서평 : 

‘어머니’라는 이름은 언제 들어도 포근함, 그리고 미안함을 함께 다가옵니다.

언제든 돌아갈 그 이름, 어머니.

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어김없이 우리는 그 한 이름을 떠올립니다.

윤정수 시인은 어머니의 향기를 노래합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이름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시인의 언어는 따사롭습니다.

시인의 언어는 눈물짓게 합니다.

그래서 윤정수 시인의 글에는 향기가 배어 나옵니다.

우리 마음에 새긴 이름, 어머니. 시인과 함께 우리 어머니를 찾아 떠나봅니다.


저자 소개 : 

윤정수

 

본명 윤정화

「파주문학」 수필 등단

2019 수필집 「신싸롱 칠공주」

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사무국장2020~2021역임

 


책 속 내용 :

천년 동안 (p.25)

 

천년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천년을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몰라

 

천년을

얼마나 애절했는지 몰라

 

천년이 가는 동안

내 눈물을

내 아픔을

네가 몰라서 다행이야

 

천년을

같이 아파했다면

내가 너무 슬펐을 거야

 

와줘서 고마워

천년은 잊을래

 

 

 

 

그대 받으셨나요 (p.52)

 

바람 편에 보냈습니다

그대 이름 부르는 내 목소리를요

 

바람 편에 보냈습니다

그대 그리워 흘린 내 눈물을요

 

바람 편에 보냈습니다

그대 사랑하는 내 마음을요

 

속절없이 가는 세월

그리움만 깊어가는 설움에

바람이라도 잡고 하소연합니다

 

그대 받으셨나요

 

 

 

 

 

눈물로 끓인 김칫국 (p.77)

 

뜨거운 김칫국을 먹어야겠다

부서져 버린 마음의 상처 너무 아려

얼굴 감추고 몰래 흘린 눈물

눈물 받아 김칫국을 끓인다

 

뜨거운 김칫국을 사발째 마셔야겠다

눈물로 끓인 짠 김칫국

한 국자 뜨고 또 떠서

목구멍 익도록 마셔보자

 

 

 

 

 

눈물이 콩죽에 빠진 날 (p.118)

 

그네가 해 온 콩죽이

30여 년 전의 낡은 기억을 소환한다

 

아버지의 일등 간식 콩죽

맷손을 놀리는 할머니의 수고와

가마솥에서 팔뚝만 한 주걱을 놀리는

어머니의 수고가 있었다

 

한겨울 더욱 맛이 깊던

추억으로만 남은 콩죽

한 숟갈 목 넘김이 뜨겁다

아버지를 먹고

할머니를 먹는다

 

애틋한 그리움으로 한 숟갈

절절한 추억으로 한 숟갈

기똥찬 맛으로 한 숟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