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BN : 979-11-92134-25-3
저자 : 김예슬
페이지 수 : 248
발행일 : 2022. 11. 3.
책 소개 :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어언 10년. 내담자들을 만나며 자주 안타까웠던 건 이들의 옆에 좋은 어른, 좋은 친구, 좋은 롤모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절망스러워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나 또한 결코 혼자 크지 않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 나를 키웠다. 하여 나를 성장시킨 좋은 어른, 좋은 친구, 좋은 롤모델들에 관해 기록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거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아도 좋겠다.
출판사 서평 :
지금 여러분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나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 미처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김예슬 작가는 심리상담사로 지내며 ‘좋은 사람’과의 대화를 책에 담았습니다. 그저 충고나 조언으로 채워진 것이 아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레 우리 삶을 투영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예슬 작가가 말하는 좋은 어른, 좋은 친구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 소개 :
김예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직업으로 이야기한다면 심리상담사.
그 외의 시간은 순간의 소중함을 감각으로 느끼는 사람.
그리고 역시 그중 제일로 두는 것은 사랑.
instagram. @yeslee_book
책 속 내용 :
최고의 운전 연수 선생님, K와의 기록 (p.62)
스물다섯에 운전면허를 땄다. 내 친구들은 보통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따곤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해 면허가 필요 없었고 운전하는 행위에 대한 큰 흥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운전면허를 필히 따야만 하는 일생일대의 큰 변수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대학원 입학이었다. 두둥.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몇몇의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말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논문, 상담 수련, 학교 사업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만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날은 학교 학생 상담센터의 집단상담실에 누워 눈을 붙이기도 했고, 밤을 새운 날에는 근처에서 자취하는 후배의 집에 가서 씻고 출근하기도 하며 몇 달을 보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뭐랄까, 잠은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생각만 들었다. 한 시간을 자더라도 집에서 자리라는 생각. 하여 면허를 따게 된 것이다. 엄마 차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새벽에 끝나도 집에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면허 연수를 받았다. 첫 연수를 받고 돌아온 날, 엄마 차를 몰래 가지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첫 우회전을 할 때부터 후회했다. 너무 긴장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은 벌벌 떨렸으며 누군가 머리끄덩이를 잡는 듯 목덜미는 당겼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약속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난 연습을 해야 했다. 거의 울다시피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제발요!!! 잘못했어요!!!! 알았다구요!!!!!!(차선 변경) 한 번만 끼워주세요!!” 어떻게 하다 보니 어찌어찌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기진맥진한 나는 친구를 태워 한가한 곳에 주차하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오른쪽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하던 날들을 며칠 보내고 나서 친구 K를 만났다. 이미 운전경력이 상당했던 K는 내 첫 운전 썰을 듣더니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러더니 연수를 시켜주겠다며 나섰다. 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K가 모하비라는 큰 SUV를 운전하면 뒤차 운전자가 봤을 때 “저 차는 운전자도 없이 가네?” 하며 흠칫 놀랄 만큼, K는 작고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러한 외형과는 반대로 똑 부러지는 알싸한 성격을 가진 친구이다. K를 조수석에 앉히고 한참을 달려 한가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저 앞에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가 보였다. 내 운전 인생 첫 로드킬 목격의 장면이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눈을 질끈 감고 핸들을 틀어 차선을 변경했다. 워낙 저속이었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라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사달이 벌어지는 동안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던 K가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근데 앞으로 도로에서 저런 장애물들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야 해. 피하면 안 돼. 저 장애물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밟고 가든 피해 가든 할 수 있어.”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 K의 말을 들을 겨를이 없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운전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로에서 많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늘 그 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더 중요한 건 이 말이 일상에서도 종종 떠오른다는 것이다. 피하고 싶은 일을 만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마치 K가 ‘눈 떠! 똑바로 봐. 그럼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K의 ‘깡다구니 에너지’가 전염된 것처럼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씩씩하고 당당하게 생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는 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ISBN : 979-11-92134-25-3
저자 : 김예슬
페이지 수 : 248
발행일 : 2022. 11. 3.
책 소개 :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어언 10년. 내담자들을 만나며 자주 안타까웠던 건 이들의 옆에 좋은 어른, 좋은 친구, 좋은 롤모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절망스러워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나 또한 결코 혼자 크지 않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 나를 키웠다. 하여 나를 성장시킨 좋은 어른, 좋은 친구, 좋은 롤모델들에 관해 기록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거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아도 좋겠다.
출판사 서평 :
지금 여러분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나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 미처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김예슬 작가는 심리상담사로 지내며 ‘좋은 사람’과의 대화를 책에 담았습니다. 그저 충고나 조언으로 채워진 것이 아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레 우리 삶을 투영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예슬 작가가 말하는 좋은 어른, 좋은 친구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 소개 :
김예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직업으로 이야기한다면 심리상담사.
그 외의 시간은 순간의 소중함을 감각으로 느끼는 사람.
그리고 역시 그중 제일로 두는 것은 사랑.
instagram. @yeslee_book
책 속 내용 :
최고의 운전 연수 선생님, K와의 기록 (p.62)
스물다섯에 운전면허를 땄다. 내 친구들은 보통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따곤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해 면허가 필요 없었고 운전하는 행위에 대한 큰 흥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운전면허를 필히 따야만 하는 일생일대의 큰 변수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대학원 입학이었다. 두둥.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몇몇의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말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논문, 상담 수련, 학교 사업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만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날은 학교 학생 상담센터의 집단상담실에 누워 눈을 붙이기도 했고, 밤을 새운 날에는 근처에서 자취하는 후배의 집에 가서 씻고 출근하기도 하며 몇 달을 보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뭐랄까, 잠은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생각만 들었다. 한 시간을 자더라도 집에서 자리라는 생각. 하여 면허를 따게 된 것이다. 엄마 차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새벽에 끝나도 집에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면허 연수를 받았다. 첫 연수를 받고 돌아온 날, 엄마 차를 몰래 가지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첫 우회전을 할 때부터 후회했다. 너무 긴장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은 벌벌 떨렸으며 누군가 머리끄덩이를 잡는 듯 목덜미는 당겼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약속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난 연습을 해야 했다. 거의 울다시피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제발요!!! 잘못했어요!!!! 알았다구요!!!!!!(차선 변경) 한 번만 끼워주세요!!” 어떻게 하다 보니 어찌어찌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기진맥진한 나는 친구를 태워 한가한 곳에 주차하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오른쪽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하던 날들을 며칠 보내고 나서 친구 K를 만났다. 이미 운전경력이 상당했던 K는 내 첫 운전 썰을 듣더니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러더니 연수를 시켜주겠다며 나섰다. 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K가 모하비라는 큰 SUV를 운전하면 뒤차 운전자가 봤을 때 “저 차는 운전자도 없이 가네?” 하며 흠칫 놀랄 만큼, K는 작고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러한 외형과는 반대로 똑 부러지는 알싸한 성격을 가진 친구이다. K를 조수석에 앉히고 한참을 달려 한가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저 앞에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가 보였다. 내 운전 인생 첫 로드킬 목격의 장면이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눈을 질끈 감고 핸들을 틀어 차선을 변경했다. 워낙 저속이었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라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사달이 벌어지는 동안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던 K가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근데 앞으로 도로에서 저런 장애물들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야 해. 피하면 안 돼. 저 장애물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밟고 가든 피해 가든 할 수 있어.”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 K의 말을 들을 겨를이 없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운전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로에서 많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늘 그 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더 중요한 건 이 말이 일상에서도 종종 떠오른다는 것이다. 피하고 싶은 일을 만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마치 K가 ‘눈 떠! 똑바로 봐. 그럼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K의 ‘깡다구니 에너지’가 전염된 것처럼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씩씩하고 당당하게 생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는 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