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ISBN : 979-11-92134-52-9

저자 : 최이로

페이지 수 : 240p

발행일 : 2023. 11. 24.


책 소개 :

“그러나 괜찮다. 얼마가 걸리든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안으로 말린 어깨를 펴주고, 굽은 등을 토닥여주자. 차가운 손을 매만져주자. 그리고 말해 주자,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본문 중에서

 

모든 이들의 사랑은 전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이별 끝에 다다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로움 앞에 혼자 서야 한다는 것. 그러나 끝이 보이는 연애와 애달픈 이별 앞에서 스스로를 상처 주는 일은 그만 하자.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하자.

 

연애를 하지 않아도 자신을 충분히 사랑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다음 연애를 기약하기 위한 작가의 작은 조언. 다정한 당신에게 건네는 어떤 위로.

 


출판사 서평 : 

똑같은 사랑, 똑같은 이별.

반복되는 연애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최이로 작가의 위로의 문장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아도 한없이 위태로운 마음이 드는 것, 일순간 외로운 마음이 드는 것이 바로 연애이니까요. 연애도 1과 1을 더하면 2가 되는 것처럼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사랑으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일이, 사랑 때문에 늦은 밤 코끝을 훌쩍이는 일이 많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최이로 작가는 연애에 지친 사람들에게 다정한 문체로 위로를 전합니다. 작가는 쉽게 꺼내어 보이기 힘든 자신의 아픈 사랑의 기억을 낱낱이 꺼내며 독자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 노력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연애는 위태로운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늘도 아픈 사랑을 견뎌내느라 베갯잇을 적시는 이들을 토닥이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더 나은 연애를 위한 작은 쉼표를 최이로 작가와 함께 마련해보세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랑하고 싶으면서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양가의 감정이 마음을 괴롭힌다면, 온몸이 부서지듯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꺼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자 소개 : 

최이로

 

음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가사 대신 글을 쓰고 있다.

방구석 어딘가에 홀로 울고 있을 다른 이를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

예명 ‘이로’는 일본어로 ‘위로’를 뜻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색깔’. 모두에게 여러 가지 색의 아픔과 기억이 있듯, 작가가 건네는

위로가 그에 맞는 알록달록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디 당신의 마음에 작은 안식이 되길.

 


책 속 내용 :

친구야, 우리 사랑받으며 살자 (p.31)

 

오랜만에 홍대에서 단짝 친구를 만났다. 아직은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부는 초봄의 날이었다. 우리는 역 앞에 바로 보이는 2층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잘 지냈냐는 내 말에 연애한 지 2년이 막 넘은 내 친구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남자친구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헤어지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요즘 자신은 매일 운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싸움도 잦아졌고 한참 싸운 뒤에는 툭하면 시간을 갖자며 연락이 없다고 했다. 친구는 헤어지는 것이 정답인 걸 알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런 친구에게 물었다.

 

“아직도 남자친구를 사랑해?”

 

나의 질문에 내 친구는 잠시 말이 없다가 그것마저도 모르겠다고 했다. 좋아는 하는데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고. 예전에는 ‘이 사람 없으면 죽겠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이 사람 때문에 내가 죽겠구나.’ 싶다고 했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했더니 자신만 애타는 것 같아서, 그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애는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야. 그렇다고 이기적으로 굴라는 건 아냐. 일단 내가 행복하기 위해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는 거야. 그리곤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또 한 번 행복해지는 거지. 근데 더 이상 상대도, 나도 행복하지 않다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 지금 하는 연애로 너, 행복해?”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네가 한 말이 맞다고, 자신은 지금 불행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아픈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친구야, 나는 네가 행복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어. 물론 어떻게 사랑이 평생 똑같은 온도로 타오를 수 있겠어. 불쏘시개로 한 번 들쑤시면 잠깐 타올랐다가, 또 은은하게 온기만 간직한 채로 따뜻하다가 그러는 거지. 근데 상대방의 사랑에 감사하지 못하는 거, 다퉜는데 그냥 너 혼자 속 타 죽도록 내버려 두는 거, 그거 잘못된 거야. 혼자되는 거 무섭지. 나도 다 알아. 근데 매일 잦게 상처받는 것보다 한번 크게 앓는 게 더 낫더라. 상처 곪을 때까지 계속 들쑤시는 거, 그게 더 아픈 거더라.”

 

친구가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나는 냅킨을 가져다 친구의 앞에 조용히 놔두었다. 우린 다 큰 어른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사랑 앞에서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버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우리 사랑받으며 살자, 친구야.”

너를 평생 사랑해 줄 남자가 없다면 내가 있잖니. 네 옆에 내가 있고, 나의 옆엔 네가 있는데 세상 두려울 게 무엇이 있겠니. 뭐가 외롭겠어. 좋은 남자 못 만나면 우리 그냥 옆집에서 살자. 같은 집에서 살면 맨날 설거지는 누구 차례다, 빨래는 누구 차례다 싸울 게 뻔하니까 이웃으로 말이야. 주말엔 같이 민낯에 부들부들한 수면 바지 입고 치킨 한 마리 뜯으며 예능 하나 틀어놓고 깔깔거리며 웃자. 그러다가 나이 먹어서 머리에 새하얗게 서리가 내리면 손 붙잡고 실버타운 가자. 그러니까 나는 네가 더 이상 나쁜 남자 때문에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너는 너무 예쁘고 소중한 존재잖아.

 

친구의 눈물에 애매한 위로를 삼켰다. 요즘 힙하다는 카페엔 EDM이 흐르는데 그곳에 처연한 표정의 두 여인이 마주 앉아있다. 한 명은 울고 있고 한 명은 입술만 샐룩거린다.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