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 979-11-92134-51-2
저자 : 감승민
페이지 수 : 264p
발행일 : 2023. 11. 24.
책 소개 :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그때와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
직업은 배우지만 아무도 나란 존재를 몰랐던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동일한지도 모른다. 배우로서 활동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누군가 선택해 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기에 기약 없이 방 안에서 스스로에게 비난과 위로를 반복했던 10년 전의 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모든 걸 걸고 전념하고자 했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뒤를 내어주지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발적 활동을 생각한 끝에 글쓰기를 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그 시절의 글을 보고 있으니 부끄러움과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누구도 기록해 주지 않았던 그때의 글로 인해 정체된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모든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진정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날이 서 있는 각오와 스스로에 대한 비난은 나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함을. 스스로에게 하는 다독임과 위로가 이렇게나 쉬웠음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지난날의 나 자신을 조용히 잠재우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매 순간을 맞이하고자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때론 용기로, 때론 작은 위로로 닿기를 바라며 나와 같은 이들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안부 인사를 건넨다.
출판사 서평 :
감승민의 배우 생활 10년의 기록.
『순간의 순간들』, (2013~2023)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10년이라는 세월이 긴 시간이라는 뜻이다. 한번 상상해보자.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란 원대한 꿈을 꾸던 ‘서른’의 나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마흔’의 내가 조우하는 순간을. 과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
감승민 작가는 『순간의 순간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은 엉성하고 어딘가 엉뚱한, 그러나 ‘배우’라는 꿈 앞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지난날들. 작가는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며 스스로를 따듯하게 다독인다. 인생의 선배로서 과거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던 기회를 놓쳐버렸을 때,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채찍질하려 할 때, 거절당하는 순간을 무작정 회피하고만 싶어질 때……. 작가는 누구나 살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언덕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을지, 가까운 곳에서 함께 고민하려 애쓴다.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혹은 과거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갈 이루기 위해 갈망해본 적이 있다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 더 나아가 우린 모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는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이기에…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을 펼치는 이들의 모든 순간을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
감승민
배우이지만 배우가 아닌 역할로
살아가는 날이 많습니다.
외부 활동보단 방 안에서의 소소한 움직임을 선호하며,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버스 안에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일을 즐겨 합니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평화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책 속 내용 :
글쓰기의 시작점 (2013년 여름) p.29
내 직업은 배우. 정확히 말하자면 2001년도부터 연기를 시작하였고 군 복무 중이었던 2005년 2월 14일부터 2007년 2월 13을 제외한 지금까지 연기를 단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다. 아직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같은 작업을 했던 사람들끼리만 서로 알고 있다) 어쨌든 내 직업은 배우이다. 이러한 내가 무대나 카메라 앞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해서 글을 쓰게 되었는가 하면, 우선 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는 날이 일 년 중 손에 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겐 이 책에 담겨 있는 글 ‘40만 원’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몇 달 전. 아는 동생을 끌어들여 길거리에서 시작한 옷 장사를 일단락하고 책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하고 주어진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그리곤 이면지에 두 가지의 옵션을 적었다. 하나는 도전적으로 시작한 길거리에서의 옷 장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글쓰기이다. 옷 장사는 그동안의 매출로 봤을 때 생각보다 괜찮은 용돈벌이로써의 옵션에 당당히 오를만했지만, 글쓰기는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밖의 다른 옵션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며칠 동안 그 두 가지에 대해서만 신중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옷 장사는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과 함께 열심히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에 비해 글쓰기는 대학 시절 시나리오 몇 편을 과제 형식으로 쓰거나 군대에 있을 때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이 전부였다. 따지고 보면 자주 했던 작업이 아닐뿐더러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얻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어느 누가 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차 일주일 동안을 고민하였고, 딱히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글쓰기’라는 항목이 자꾸 빤히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글쓰기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야 말았다. 한번 선택한 이상 번복은 불가능하다. 이에 관한 특별한 룰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제 나는 주로 집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평소 소설과 수필을 즐겨 읽긴 했지만 막상 쓰려하니 막막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생각해 본다. 그러는 동안 시선은 자연스레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로 향한다. 현재는 대문호이지만 그분들의 초창기 글도 어쩌면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그래, 배우로서 지내 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자. 진솔하게 그간의 세월을 써 내려간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배우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며 복잡한 심경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로부터 며칠 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우연처럼 찾아왔다.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알고 지낸 형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렇게 형과의 대화를 끝으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노트북 앞에 앉아 시간의 흐름도 알아채지 못한 채 첫 번째 글을 써 내려갔다. 그 후로 떠오르는 주제나 생각들을 이면지나 메모장에 기록하였고 잠드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이야기의 소재들이 아른거려 늦은 시간까지 잠 못 들었던 적이 수차례. 난 그만큼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었고 글 쓰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 성격을 알고 있다. 쉽게 빠져들면 그보다 더 쉽게 질려한다는 것을. 앞으로 나는 얼마만큼의 글을 더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려고 한다. 서른이란 나이.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 하지만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이란 구절을 더하여 무엇이든 책임감 있게 도전해 보고 싶다. 현재에도 난 줄기차게 배우로서 도전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은 땅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고 그간의 배우 생활을 하며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 내보려 한다.
지금의 변 (2023년 여름)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이 책의 글들은 서른 살 즈음, 인생의 암울했던 시기에 집착적으로 매달리듯 썼던 글이다. 처음 글을 쓴 계기가 되었던 알고 지낸 형은 누구였는지,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나의 첫 글은 ‘I like green’으로 추정된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건 매 순간 쉽지 않아 문장을 쓰다 지우길 반복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고치며 내적 고요를 느끼기에 지금의 작업도 자기 위로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
여전히 가느다란 글과의 연계를 놓치지 않고 싶어 핸드폰 메모장을 수시로 열고, 닫으며 순간 느꼈던 생각들을 기록한다.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10년 전의 그때와 같이 쏟아내듯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들. 얼핏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듯하지만 실은 완벽하게 열려 있는 일기장과 같이 누군가 슬며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10년 전의 글을 정리하며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비교하니 파노라마와 같이 여러 장면이 머릿속에 스치지만, 결국 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기록해주지 않을 그때의 글이 없었더라면 지나온 시간을 세세히 기억할 수 없었을 테니까. 10년 전,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니 지금은 그때보다 간절함의 색채가 옅어진 것 같아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두웠던 단면보다는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가 짙었던 그때의 내가 내심 부럽기도 하고. 과연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진 않을까. 문득 그날의 내가 궁금해진다.
추천사 :
배우 강말금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
기도처럼 되뇌이며, 매일매일 노력하며,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썼습니다. 그런 사람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ISBN : 979-11-92134-51-2
저자 : 감승민
페이지 수 : 264p
발행일 : 2023. 11. 24.
책 소개 :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그때와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
직업은 배우지만 아무도 나란 존재를 몰랐던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동일한지도 모른다. 배우로서 활동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누군가 선택해 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기에 기약 없이 방 안에서 스스로에게 비난과 위로를 반복했던 10년 전의 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모든 걸 걸고 전념하고자 했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뒤를 내어주지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발적 활동을 생각한 끝에 글쓰기를 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그 시절의 글을 보고 있으니 부끄러움과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누구도 기록해 주지 않았던 그때의 글로 인해 정체된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모든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진정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날이 서 있는 각오와 스스로에 대한 비난은 나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함을. 스스로에게 하는 다독임과 위로가 이렇게나 쉬웠음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지난날의 나 자신을 조용히 잠재우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매 순간을 맞이하고자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때론 용기로, 때론 작은 위로로 닿기를 바라며 나와 같은 이들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안부 인사를 건넨다.
출판사 서평 :
감승민의 배우 생활 10년의 기록.
『순간의 순간들』, (2013~2023)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10년이라는 세월이 긴 시간이라는 뜻이다. 한번 상상해보자.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란 원대한 꿈을 꾸던 ‘서른’의 나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마흔’의 내가 조우하는 순간을. 과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
감승민 작가는 『순간의 순간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은 엉성하고 어딘가 엉뚱한, 그러나 ‘배우’라는 꿈 앞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지난날들. 작가는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며 스스로를 따듯하게 다독인다. 인생의 선배로서 과거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던 기회를 놓쳐버렸을 때,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채찍질하려 할 때, 거절당하는 순간을 무작정 회피하고만 싶어질 때……. 작가는 누구나 살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언덕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을지, 가까운 곳에서 함께 고민하려 애쓴다.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혹은 과거 단 한 번이라도 무언갈 이루기 위해 갈망해본 적이 있다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 더 나아가 우린 모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는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이기에…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을 펼치는 이들의 모든 순간을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
감승민
배우이지만 배우가 아닌 역할로
살아가는 날이 많습니다.
외부 활동보단 방 안에서의 소소한 움직임을 선호하며,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버스 안에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일을 즐겨 합니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평화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책 속 내용 :
글쓰기의 시작점 (2013년 여름) p.29
내 직업은 배우. 정확히 말하자면 2001년도부터 연기를 시작하였고 군 복무 중이었던 2005년 2월 14일부터 2007년 2월 13을 제외한 지금까지 연기를 단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다. 아직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같은 작업을 했던 사람들끼리만 서로 알고 있다) 어쨌든 내 직업은 배우이다. 이러한 내가 무대나 카메라 앞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해서 글을 쓰게 되었는가 하면, 우선 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는 날이 일 년 중 손에 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겐 이 책에 담겨 있는 글 ‘40만 원’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몇 달 전. 아는 동생을 끌어들여 길거리에서 시작한 옷 장사를 일단락하고 책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하고 주어진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그리곤 이면지에 두 가지의 옵션을 적었다. 하나는 도전적으로 시작한 길거리에서의 옷 장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글쓰기이다. 옷 장사는 그동안의 매출로 봤을 때 생각보다 괜찮은 용돈벌이로써의 옵션에 당당히 오를만했지만, 글쓰기는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밖의 다른 옵션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며칠 동안 그 두 가지에 대해서만 신중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옷 장사는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과 함께 열심히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에 비해 글쓰기는 대학 시절 시나리오 몇 편을 과제 형식으로 쓰거나 군대에 있을 때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이 전부였다. 따지고 보면 자주 했던 작업이 아닐뿐더러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얻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어느 누가 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차 일주일 동안을 고민하였고, 딱히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글쓰기’라는 항목이 자꾸 빤히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글쓰기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야 말았다. 한번 선택한 이상 번복은 불가능하다. 이에 관한 특별한 룰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제 나는 주로 집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평소 소설과 수필을 즐겨 읽긴 했지만 막상 쓰려하니 막막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생각해 본다. 그러는 동안 시선은 자연스레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로 향한다. 현재는 대문호이지만 그분들의 초창기 글도 어쩌면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그래, 배우로서 지내 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자. 진솔하게 그간의 세월을 써 내려간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배우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며 복잡한 심경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로부터 며칠 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우연처럼 찾아왔다.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알고 지낸 형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렇게 형과의 대화를 끝으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노트북 앞에 앉아 시간의 흐름도 알아채지 못한 채 첫 번째 글을 써 내려갔다. 그 후로 떠오르는 주제나 생각들을 이면지나 메모장에 기록하였고 잠드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이야기의 소재들이 아른거려 늦은 시간까지 잠 못 들었던 적이 수차례. 난 그만큼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었고 글 쓰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 성격을 알고 있다. 쉽게 빠져들면 그보다 더 쉽게 질려한다는 것을. 앞으로 나는 얼마만큼의 글을 더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려고 한다. 서른이란 나이.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 하지만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이란 구절을 더하여 무엇이든 책임감 있게 도전해 보고 싶다. 현재에도 난 줄기차게 배우로서 도전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은 땅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고 그간의 배우 생활을 하며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 내보려 한다.
지금의 변 (2023년 여름)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이 책의 글들은 서른 살 즈음, 인생의 암울했던 시기에 집착적으로 매달리듯 썼던 글이다. 처음 글을 쓴 계기가 되었던 알고 지낸 형은 누구였는지,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나의 첫 글은 ‘I like green’으로 추정된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건 매 순간 쉽지 않아 문장을 쓰다 지우길 반복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고치며 내적 고요를 느끼기에 지금의 작업도 자기 위로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
여전히 가느다란 글과의 연계를 놓치지 않고 싶어 핸드폰 메모장을 수시로 열고, 닫으며 순간 느꼈던 생각들을 기록한다.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10년 전의 그때와 같이 쏟아내듯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들. 얼핏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듯하지만 실은 완벽하게 열려 있는 일기장과 같이 누군가 슬며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10년 전의 글을 정리하며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비교하니 파노라마와 같이 여러 장면이 머릿속에 스치지만, 결국 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기록해주지 않을 그때의 글이 없었더라면 지나온 시간을 세세히 기억할 수 없었을 테니까. 10년 전,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니 지금은 그때보다 간절함의 색채가 옅어진 것 같아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두웠던 단면보다는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가 짙었던 그때의 내가 내심 부럽기도 하고. 과연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진 않을까. 문득 그날의 내가 궁금해진다.
추천사 :
배우 강말금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
기도처럼 되뇌이며, 매일매일 노력하며,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썼습니다. 그런 사람이 읽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