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곳에 네가 있었을 뿐

ISBN : 979-11-92134-15-4

저자 : 유재영

페이지 수 : 112p

발행일 : 2022. 5. 28.


책 소개 :

누구나 겪는 몇 번의 사랑과 이별,

그것들의 편린으로 남은 옛 감정들을 시로 풀어썼다.

그 감정들이 계절처럼 변화해감을 느끼는 이후의 삶 역시 함께 시집으로 엮었다.

나는 옅은 색으로 썼으니,

부디 시집을 읽는 당신의 색으로 물들여가며 읽길 바란다.


출판사 서평 : 

여러분은 가슴에 시집을 얹고 눈을 감을 수밖에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을 하여본 적이 있는지요? 詩라는 장르는 길지 않은 언어로 입에선 감탄사를 가슴 한쪽에선 저릿함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유재영 시인의 <멈춰 선 곳에 네가 있었을 뿐>은 여러분께 감히 그런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마지막 연을 마주하고 한 편의 시를 다 담을 때면 ‘시의 맛’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시인의 언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더 깊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드니 말입니다.


저자 소개 : 

시인 유재영


1987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계간지 ‘문학고을’에서 ‘등대’, ‘그리움의 향기’로 등단하였다.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시에서도 잔잔하고 소박한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어렵고 난해한 것들은 현실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 속 내용 :

바보들 _ p.22

 

사랑은 바보들이 한다

 

바위를 모래알로 부수어놓는

몇몇의 아픔들을 겪고서도

또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바보들이 있다

 

그렇게 무너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다,

결국은 제 짝을 찾는 바보들

그 바보들이야말로

사랑할 자격이 있다

 

바보처럼 사랑해라

그대,

사랑할 것이면.

 

 

 

불씨 _ p.35

 

화톳불의 무덤을 뒤적이는데

불씨 하나가 껌뻑거린다

 

다시 살아날까 싶어,

입바람 몇 번 불어주었더니

불씨는 부르르 떨 듯 제 몸을 붉힌다

 

허나 그것도 잠시

애석하게도 불씨는 푸석한 재가 되어,

붉은 숨을 거둔다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불어온 네 입바람에

오늘 내 마음이

잠깐이나마 그 불씨 같았다.

 

 

 

가을비 _ p.80

 

가을비

끝나가는 계절을 위해

눈물을 짓는 일이다

 

까치 두 마리,

위로 건네듯 울어주는

소멸의 아침

 

빨갛고 외로운 잎사귀를

붙잡고 있던 가로수에도

어김없이 소멸이 찾아온다

 

빗방울은 토독토독

낙엽을 두드리고

 

위태로이 매달린 저 낙엽,

마저 떨어지면

틀림없이 겨울이 찾아올 테지

 

또 겨울

가슴 속에 빨간 낙엽 한 장,

붙잡고 있어야 하겠다

겨울이 힘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