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간다고 서운해하지 않겠습니다

ISBN : 979-11-92134-11-6

저자 : 박대원, 오택준, 장희란, 박주언, 김진희

페이지 수 : 224P

발행일 : 2002. 4. 28.


책 소개 :

매일같이 맞이하는 오늘과 보내는 어제처럼

세상에 떠도는 무언가를, 누군가를 대하는 것에

의연해질 수 없는 것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것들의 소중함을

지나가는 그리운 것들의 아쉬움을

우리는 사무치게 느끼며 살아갑니다.

 

사랑에 미련을 남기어 그리움 미룰 수는 있겠지만,

우린 굳이 붙잡지는 않으렵니다.

그것이 오늘을 대하는 우리들의 방법입니다.


출판사 서평 : 

시집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책을 읽을 때, 가슴에 깊이 와닿는 글은 읽는 이의 호흡을 가다듬게 합니다. 책을 가슴에 대고 한참을 음미하게 됩니다. 詩는 그런 글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에게 나름의 정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도 됩니다.

시집 <오늘이 간다고 서운해하지 않겠습니다>는 여러분에게 사색을 선물해 줍니다. 다섯 시인이 전하는 시인의 마음. 그 마음을 그들은 어찌 표현하는지, 그것을 느끼는 것으로도 詩는 그 가치를 전합니다.

박대원, 오택준, 장희란, 박주언, 그리고 김진희 시인이 전하는 이야기. 오늘 당신에게 서운하지 않을 시간을 건네고자 합니다.


저자 소개 : 

박대원

 

사라져 가기에

아름답고, 소중해서

 

꽃잎 한 장 책갈피 삼아

추억 사이 끼워놓고

깊이 간직해두었어요

 

책갈피 어디 있는지 잊힐 때쯤

우린 다시 사랑을 하겠지요

 

 

 

 

오택준

 

늦겨울과 초봄 그 사이,

불어오는 추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명확한 말들보단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구태여 말로 내뱉지 않아도 모두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세상들도 있다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이런 사람의 말도 부디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장희란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29.97 프레임의 영상으로

소중히 담는 일을 합니다

 

사이버 세계 속

별나라를 탐험하던 중

우연히 마주한 익명의 아기 새들

 

그들의 지저귐은

멈춰있던 나의 펜을

바삐 움직이게 했습니다

 

 

 

 

박주언

 

박담한 날이면 창문을 열고

원숭이 음악인들의 노래를 틉니다

 

주로 하던 고민에 사색 한 번

괜스레 외로움과 사투 한 번

 

언제나 고독한 우리들에겐

사랑만이 정답이겠지요

 

 

 

 

 

김진희

 

말은 강의가 되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글은 시가 되어

사람들에게 여운을 준다

 

강사는 천직이 되었고

시인은 숙명이 되었다.

 


책 속 내용 :

작별 _ 박대원

 

물밀듯 밀려오는 졸음에

아스라이 흩어지는 기억들

 

생애 기억 모두 게워내며

봄을 지우고, 여름을 지우고,

가을을 지우고, 겨울을 지워,

 

단 한 번 허락된 쉼 찾아오면

마지막으로 아른거리는 그대

사랑했어요, 고마웠어요

 

작별 인사는 말아요

따스한 봄바람 버스 타고

그대 이마 위 살포시 내릴 테니

 

재 한 줌 위로

모란꽃 예쁘게 피었잖아요

 

 

 

 

장미꽃 꺾인 날 _ 오택준

 

담장 한편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했어요

 

닿을 수 없기에 바라지도 않기에

몇 날 며칠을 멀찍이 구경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내 걸음걸음을 앞서가는 아픈 선혈에

내 여름이 벌써 저문듯한 기분이네요

 

날은 아직 한참을 더 뜨겁겠지만

나는 더운 바람에도 몸서리칠 만큼

담장 한편에서 같이 식어가겠어요.

 

 

 

번호 _ 장희란

 

그날 나를 힘들게 한 건

지운 네 번호가 아니라

 

지워진 내 번호와

기억나지 않는 네 번호였습니다

 

네 번호를 지우고 내 번호가 지워진다는 건

우리의 기억을 지우겠다는

가장 괴롭고도 큰 결심이었습니다

 

 

 

 

 

옛 노래 _ 박주언

 

옛 노래를 튼다

옛 시절 가수의

 

사색에 잠긴

청년 나만의

 

노란 해뜨기 직전

대학 기숙사 침대 위 누워

 

나 없던 과거 노래

그 상황 순간 배경 이해할 수 없어

 

그 대신 울 아버지 어머니

내 나이 때 어땠을까

 

고민하다 보니

붉은 해는 안녕

 

 

 

 

 

외면 _ 김진희

 

너의 집 앞을 지나가지 않으려

먼 길을 돌았다

함께 자주 갔던 백반집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네가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가 들려서

TV를 꺼버렸다

 

너를 마주하지 않으려 노력한 시간이 무색하게

깊은 밤 나는 혼자 울었다

잊지 못해 애쓰는 내가 안쓰러워 한참을 울었다

 

우는 내내 너는 그리움이 되어

내 옆에 앉아있었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