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당신의 파도를 듣고 있습니다

ISBN : 979-11-92134-12-3

저자 : 김남준, 문하, 윤민지, 송은지, 남현수

페이지 수 : 224P

발행일 : 2022. 5. 3.


책 소개 :

파도를 듣습니다.

 

보통의 날을 사랑하는 사람도

언제나 희망을 선택할 이도

아무리 해도 우린

계절 사이로 흘러가는

당신의 이름에 사랑으로 답합니다.

 

한 사람의 감정으로

그 앞서 다시 진실합니다.

 

그렇게 여전히

당신의 파도를 듣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의 행복도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게 사람은 사람들 안에서 숨 쉬고 느끼고 배우는 것이 당연한지 모릅니다.

다섯 시인이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시집 <여전히 당신의 파도를 듣고 있습니다>는 시인이 건네는 말과 마음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결코 잊힐 수 없는 사랑을 풀어냅니다. 누군가의 가슴 속 그 파도를 마주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기를 바라면서...



저자 소개 : 

김남준

 

나의 소원은

이겨 내는 힘이 아닌

지지 않는 마음

 

 

 

문하

 

‘도시(都是)’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를 뜻하는 부사인데,

명사가 되면 바로 모두가 발 디딘 이 시공간일 겁니다.

 

그런 바늘 끝을 피하고자

조우, 연락, 인력과 들숨으로부터 도망쳐

이름마저 버린 채 돌고 돌아

지면에서 하릴없는 공전을 이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종이의 겉면’이자 ‘땅의 거죽’인

‘지면’ 역시도 결국 외면일 뿐이군요.

 

도시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떠한 안가를 그리는 중입니다.

 

 

 

윤민지

 

눈에 눈을 겹쳐두고

두 팔 안아 한 사람의 영역

너도 나의 이름에 사랑으로 답하는지

 

다음 대목에서

눈 감던 내 사랑이

무릅써 한껏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송은지

 

복잡한 마음 풀어낼 곳 없어

찾아낸 종이 한 장에

하나하나 눌러 담아 풀어낸 글들을

이곳에 넣어둡니다.

 

마음이 잔잔해짐을 좋아합니다.

 

불안정한 나지만 그것들이 모여

안정이 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감정에 솔직해짐을 좋아합니다.

 

혼자만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읽히는 연습 중입니다.

 

그렇게 또 글을 쓰려합니다.

 

 

 

남현수

 

일상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무구한 웃음이 좋고,

무릎에 힘을 넣고 걸어가는 청년의 씩씩한 걸음이 좋고,

깊어진 주름 사이에 피어나는 노인의 고고한 평화가 좋습니다.

 

빛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푸른 빛으로 새벽을 깨우는 햇살이 좋고,

옅은 빛으로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좋고,

타는 빛으로 영혼을 살리는 하나님이 좋습니다.

 

돌아보면 온통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한 오늘,

땅을 딛고서 하늘을 바라보기 참 좋은 날입니다.

 


책 속 내용 :

산 _ 김남준

 

바람이 불면

나무는 흔들리지만

바람이 불어도

산은 끄떡없다네

 

매서운 바람 불어오면

나무는 몹시 휘청이지만

그러다 쓰러지기도 하지만

산은 내색하는 법이 없다네

 

문득 나는 알게 되었네

거대한 산처럼 의연한 사람도

그 내면에는 여린 나무들이

이리저리 부대끼고 있음을

 

또한 세상 사람 모두

산처럼 살아가고 있음을

한 점 바람에도 아리는 마음

울창한 의지 속에 가린 채

 

 

 

 

오르골, 시간의 노래 _ 문하

 

만에 하나, 그것이 추억으로 억지 기재될 수 없다 해도

어느 이에겐 우주가 될 거예요

돌고 돌아서

 

시간의 잔향은 기억에 음계를 더해

토성만큼이나 에둘러 뻐끔댈 거랍니다

 

떠나는 이는 공허함을 모르기에

박혀가는 이의 코는 힘겨울 수밖에 없어요

 

오르골은 서글프게도

닻 놓였던 마음자리를 더욱 빻아내기만…

 

두 귓가를 빌려 아린 눈물을 잠시 숨겨보아요

뾰족한 그 공간이 둥그런 우주가 될 수 있도록

 

헌정하는 시간의 노래는

너무나도 투명하여 부정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기억으로 부를 수는 있을지도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그 그림자가 끝 모르고 따라온다 해도

저 태양의 미소가 바짝 위에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마음의 시간 노래가

돌고 돌아서

 

 

 

 

사랑은 모든 단편 _ 윤민지

 

사랑은 모든 단편

 

당신과 손 맞잡고

퇴장할 수 없는 꿈

 

다른 견해를

구할 새 없이

반짝이며 슬퍼집니다

 

그러니

우리 굳이

함부로 영원할 것

 

 

 

마주하다 _ 송은지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정해져 오는 것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이 외로움이 싫어

언제쯤 끝낼 수 있냐고 물어보니

언제나 있는 것이란다

누구나 겪는 것이란다

 

계속 웃고 시끄럽게 지낸 하루에서도

문득 한 번씩 겪는 이 감정은

더욱 외롭게 만들기도 하는 거란다

그걸 인정하고 알아가야 같이 일 수 있단다

 

도망쳐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것

그걸 인지하고 마주해야만 하는 감정이다

외로움은

 

우리는 아직도 외롭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금 덜 외롭게 느낄 방법을 찾아갈 뿐이다

 

 

 

 

눈물의 자리 _ 남현수

 

세상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분명한 소명을 가진다

 

타들어 가는 맘에

눈가를 따라 고인 눈물도

하나의 소망을 품고

눈물샘을 지나왔다

 

검게 그을린 자리

한두 방울 소독하고 선

조약돌을 품는 샘처럼

덧나지 말라며 안아준다

 

나의 세상에

마르지 않는 눈물의 자리는

잿더미 속에도 잎을 틔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