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이창훈 시인

꿈공장장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시인


1. 먼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쓰는 이창훈입니다. 문학바탕, 계간 시인정신 등의 문학잡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구요. 지금까지 <문 앞에서>,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 있다>라는 두 권의 개인시집과 <세계적 한국 시선>이라는 스페인어 번역 공동 시집을 펴냈습니다.


2.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저는 지금 경기도 남양주시 심석고등학교에서 어린 벗(아이들은 곧 어린 벗)들과 함께 문학을 공부하고 향유하고 있습니다. 입시와 성과 중심의 학교에서 어딘가에서 숨구멍을 찾고 싶은 어린 벗들에게 진정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3.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는 어떤 시집이라 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시집인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 있다>라는 시집이 2쇄를 넘기며 독자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이번 시집 역시 어쩌면 인간의 가장 보편적 화두라 할 수 있는 ‘사랑(Amor)’. 그 사랑의 본질에 대해 탐색하고, 사랑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와 자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번 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빠르게 발전하는 스마트한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우리의 내면을 채워 주지는 못합니다. 점점 세상은 많은 걸 가져야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만, 많은 걸 주어야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사랑’은 침묵으로 속삭인다고 생각합니다. 그 침묵의 사랑에 대해 지금 여기의 우리는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사랑함’이란 진정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데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사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값싼 위로가 아닌... 조용히 손 내밀어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고 나지막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5. 이번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지극히 쓰고 낳은 작품들이라 딱 한 편을 고르라면 망설여지는데요... ‘고슴도치’와 ‘신발’이라는 두 편의 시가 많이 애착이 갑니다.


누군가 박은 못처럼

밖에서 들어와 박힌 것이 아니다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고슴도치’ 전문


고슴도치는 굉장히 짧은 시지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가 읽어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눈치챌 수 있는 시구요. 저는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 안에서 가시로 돋아나고 있는 욕망이나 미움의 문제를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나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제 안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의 심연, 그 가시돋힌 아픔에 대해 마주 보아야 한다는 거지요. 그 마주 봄이 그 어둠을 걷어낼 수 있는 시작일 겁니다. 두렵지만 그런 마주 봄에 대해 이 시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다음은 ‘신발’이라는 시인데요... 조금 긴 시라 한 부분만 살짝 인용해 보면,


신은

저 먼 하늘에 있지 않아

... ...


맨바닥에 엎드려

누군가를 기다리며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길에 대해 기도해 본 자만이


신이 될 수 있지

... ...


퇴근 후 어느 깊은 밤. 커다란 가방에 버리려고 모아 둔, 신발을 보고 쓴 시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신을 위해 헌신한 존재를 헌신짝처럼 잊고 버리지요. ‘신’이 저 하늘에 깃든 존재인 ‘신성’을 의미한다면, ‘발’은 인간이 디디는 대지를 의미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신발’은 다소 언어유희적인 면이 있지만, 신발이라는 사물을 의인화시켜 신성과 인간의 접점에 대해서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6. 작품에 대한 소재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가 매일 만나는 일상의 공간, 그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세계가 바로 제 시의 소재라면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학교라는 공간, 그 공간에서 만나고 얘기하고 느끼는 사물과 어린 벗들이 제 작품의 주요 소재라고 할 수 있겠죠.


7. 아이들(어린 벗)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창훈 시인에게 어린 벗이라 말하는 그 친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사회가 경쟁과 성과 중심이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역시 경쟁에서 이기고 성과(성적)를 많이 낸 사람이 존중받고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학교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학생은 소수지요. 그렇기에 학교는 많은 어린 벗들에게 소외와 외로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한다고 최선 다해도 쉽게 오르지 않는 성적, 교실 안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로 앓는 상처, 가정의 부모님과의 불화로 인한 학교 부적응.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어린 벗들은 지금도 가슴앓이하고 그 아픔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는 그런 어린 벗들이 문학을 통해 제 아픔의 결을 살피고, 결국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그 상처를 걷어내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8.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문학과를 나오고 그 문학의 문학다움을 어린 벗들과 소통하고자 학교로 왔습니다. 오랜 시간 어린 벗들과 함께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구요. 결국 그 모든 시간들은 모나고 예민한 제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걸 쓸 수 밖에 없겠지요. 제가 마주치고 힘껏 만나는 제 일상의 얘기와 그 일상에서 나누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계속 쓸 겁니다. 연인의 사랑이든 가족 간의 사랑이든 공동체의 구성원과의 사랑이든 결국 ‘사랑’의 본질은 동일하니까요. 사랑은 분명 어떤 순간에 ‘빠질 수’도 있지만, 분명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요. 외롭고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그리워할 수 밖ᅌᅦ 없는 인간의 ‘사랑함’에 대해 쉽지만 만만치 않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9. 우리 삶에 있어 ‘시(詩)’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시는 어쩌면 행복의 장르가 아니라 불행의 장르이지요. 충만하고 행복한 상태에서 시를 쓰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결핍이나 비애가 통과한 영혼만이 시를 씁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불행하고 슬픔에 잠겨 고통받던 시인이 쓴 시들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습니다. 제가 국문학과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의 위기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되어 왔지만, 시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요. 늘 위기였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불려가 그의 가슴 속에서 꽃피곤 했으니까요.

어렵든 쉽든... 그 모든 시가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시를 쓴 자의 자세와 태도가 진실되었느냐 아니냐 이겠지요. 자신이 반드시 발설할 수 밖에 없는 아픔이나 진실이 있으면 표현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움과 결핍이 어느 순간 당신의 가슴을 서늘하게 스치듯 관통한다면 바로 그 때가 시집을 들어 시를 읽을 때지요.


‘부디 사랑이 부르면 따라가시기를~!’


10. 마지막으로 이번 출간을 하며 ‘꿈공장플러스’ 출판사와의 작업은 어떠셨는지요?

꿈공장 이장우 대표님. 감사합니다.^^ 젊은 감각을 갖추셨고, 굉장히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거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저 책 한 권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자가 그 책을 내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묻는 출판사가 바로 꿈공장플러스 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내서 어떻게 어떤 독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나고 의미를 파급시키는 지를 고민하는 꿈공장플러스 였습니다.


함께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보이면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꿈공장과 이장우 대표님에게서 얻었습니다.


이 자본의 시대에 그닥 ‘돈’이 되지 못하는 예술인 시를, 시집을 용감하게 펴내시는 그 용기에도 상찬을 보냅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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